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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마주하는 시선

by 무명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공간을 만난다.

카페, 사무실, 거리, 집.


익숙한 동선 속에 있는 공간은 마치 배경처럼 존재하지만, 어떤 날엔 문득, 배경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너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니?"


공간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만, 거기에 속한 우리는 다르다.


어떤 곳은 빨리 벗어나고 싶고, 어떤 곳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공간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말없이 침묵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만드는 공간말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마감재가 주는 촉각적 경험이다.

바닥의 단단함 질감과 벽면의 매끈함. 손끝에 닿는 문 손잡이 차가움까지, 공간은 말없이 나에게 감정을 무심히 툭하고 건네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디자이너로써, 공간을 구성할 때 '기능'보다는 '어떤 감정이 머물렀으면 좋을까?'를 먼저 떠올린다.


공간을 구성하고, 가구를 배치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감정을 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감정은 오직 공간을 경험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은 공간을 설계하고 표면적으로 완성한다. 하지만, 해석은 경험자와 사용자의 몫이다.


예를 들어, 집을 생각해 보자. 어떤 이들에게는 집은 외부 환경에서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지친 일상의 치유의 장소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나를 표현하는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공간은 단 하나의 답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공간은 결국, 수많은 감정이라는 색이 입혀지기 전, '빈 캔버스'와 같다.


어떤 색으로 물들일지, 어떤 이야기로 채워갈지는 머무는 사람의 몫이다.


시작은 나의 공간을 향한 사적 시선에서 시작됐지만, 마무리는 해석에 달려 있다.


공간을 마주하는 나의 시선이, 당신에서 시선에서 그려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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