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나는 세상이 싫었고 사람이 싫었다. 나 외에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사실 나 자신에게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내 삶이, 내가 좋지가 않았던 것 같다. 세상에 불만이 가득했었나 보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거의 잠만 잤다. 학교 외엔 잠자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인 그런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 얼굴과 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사진 찍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피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남은 사진은 얼굴이 없는 심령사진 같은 사진들과 졸업사진뿐이다. 사진을 너무 안 찍다 보니 졸업사진조차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지금도 나는 졸업사진을 보지 않는다.
대학교 1학년때까지도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내 첫인상을 말할 때면 하나같이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운 이미지라고 하곤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었고 내 몸에 누군가 손을 대는 걸 싫어할 정도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성뿐 아니라 동성이나 그 누구의 가벼운 터치나 스킨십 전부를 싫어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고 친해지려고 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나는 주목받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싫어했고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고 잠이 많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밝은 친구들에 의해 깊은 바닥과 같은 어두운 곳에서 꺼내짐?을 당하게 된 나는 점점 많이 웃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사람이 되었다. 이기적이고 차갑고 소심하고 낯가리는 성격에서 반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생각보다 더 힘든 노력들이 있었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이 편하고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민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고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화가 나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던 욕도 끊어냈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밝은 미소를 지어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어 갔다.
10년 가까이 노력한 결과,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존재가 되었다. 나의 진심과 배려와 사랑은 짓밟혔고 결국 나는 원점으로 돌아와 원래의 내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지니 주의 깊게 보지 않게 되면서 새로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게 어려워졌다. 굳이 잘해줄 필요성을 못 느끼니 냉정해지고 차가워졌다. 웃음이 줄었다. 화가 더 많아졌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뒤돌아서 울었다. 그게 반복되니 우울이 찾아왔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졌다. 어딘가로 떠나거나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반복됐다. 사람들과의 연락을 서서히 끊어냈다. 밖을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이 잘 때 일어나고 다들 일어날 때 잠을 자게 되었다. 움직임이 거의 없어졌고 하루종일 누워만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