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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y 04. 2024

나의 알바 연대기

#1 첫 번째 알바 편의점

 누군가에게 "경험을 훔치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살면서 정말 많은 일을 겪고 많은 일을 해본 사람이 바로 나. 그중에서도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 했던 나의 알바 연대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알바의 시작이었던 첫 번째 알바는 편의점이다. 처음 알바를 하는 사람이라면 편의점에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편의점 일은 배우기도 쉽고 크게 어려운 일이 없어서 초보자에게 좋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때마침 알바를 하려던 차에 집 근처 편의점에서 공고가 난 까닭도 있다.


 쉽게만 봤던 편의점 알바 첫 시작부터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었는데, 바로 담배였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을뿐더러 담배 종류나 브랜드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었던 나는, 내 뒤로 가득한 담배 종류들을 보며 넘어야 할 큰 산처럼 느껴졌다. 아니 담배 하나가 이렇게나 많은 종류와 브랜드로 나뉘어 있다니. 담배 굵기며 브랜드며 마무리감까지. 비흡연자가 알아야 할 담배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나는 이때 시원한 쿨 담배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담배를 사러 오시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오시는 단골 분들이셨고 자신이 찾는 담배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매대에 진열되지 않는 담배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스트레스가 됐던 일은 바로 1+1이나 2+1을 제대로 보지 않고 +1 상품을 들고 오지 않는 손님들이었다. (사실은 나도 자세히 보지 않는다...ㅎㅎ)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뒤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경우에 이렇게 +1 상품을 가져오지 않으면 1+1 제품이라고 설명드리고 가지고 오셔야 한다고 말씀드린 뒤 손님이 그 상품을 가져오시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계속 기다리기엔 다음 손님들의 압박이, 그렇다고 보류에 넣고 새로 계산을 하기에는 물건을 가져올 손님의 압박이...


 지금이야 최저시급을 제대로 쳐주는 편의점도 많지만 내가 일할 때만 해도 최저시급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돈을 받으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일을 해내야 했던 게 바로 편의점 알바였다. 일을 배우는 것은 간단하지만 사실 초보가 하기에 적당한 알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온갖 경험의 집합체가 바로 편의점이 아닐까 하는 나의 주관적 결론. 빠르게 물건을 스캔하고 결제하면서 동시에 봉투에 물건들을 담아내야 하며 현금 결제 시 잔돈까지 빠르게 집어서 손님께 드려야 하는 민첩함과, 물건 하나 사면서 젓가락과 빨대, 소스들을 거덜 내려고 하는 손님을 제재하는 단호함, 술에 취해서 온갖 난동을 피우는 진상 손님에게도 웃는 얼굴을 보이며 타이를 수 있는 인내심, 단골손님들을 기억해 내는 섬세함, 인기 있는 상품을 파악하여 매대를 채울 줄 아는 분석력 등 사회적 능력의 최고치가 필요한 알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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