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의 가정보육을 끝내고 복직ㅡ정확히는 새 직장으로 이직 후 첫 출근ㅡ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새 직장에서 최종 오퍼를 받은 직후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해 한 달간 적응 기간을 함께 보냈다. 그동안 아기는 등원할 때 한 번도 울지 않았고 어린이집에서 엄마아빠를 찾은 적이 없다기에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적어도 며칠 전까지는.
아기는 오후 4시에 하원하고 아빠와 시간을 보낸다. 내가 퇴근을 하고 집으로 후다닥 달려가면 6시 40분이다. 그때부터 놀고 씻고 잘 때까지 엄마인 나와 보내는 시간은 두 시간가량이다. 평소 아기는 새벽 6시 반쯤 일어나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아기와 놀아주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한다.
이렇게 별 탈 없이 잘 지내왔는데 아기가 감기에 걸린 것이 발단이었다. 항생제를 먹다 보니 변이 묽어졌고, 밤에 자다 변을 보는 바람에 뒤처리를 하느라 아기가 잠깐씩 깨버렸다. 그러다 보니 아기는 아침에 7시 반 정도까지 늦잠을 잤는데 아기 입장에서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와의 밀착시간 없이) 어린이집에 가게 된 것이다. 지난주 내내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집에서 아기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3시간에서 2시간으로 크게(!!) 줄었고, 아기는 일종의 애정결핍 상태인 것 같다.
지난 주말은 정말로 힘들었다. 오늘까지 686일의 육아 기간 동안 가장 몸과 마음이 지친 이틀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걸 스스로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이제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엄마인 나에게 해달라고 한다. 기저귀 가는 것도 아빠가 아닌 무조건 엄마가 해야만 한다. 평소에도 아기는 내가 누워있으면 징징거렸는데 이제는 내가 눕거나 소파에 앉아있기만 해도 대성통곡을 하며 일어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수면교육은 옛 일이 된 지 오래고 낮잠이든 밤잠이든 재울 기미만 보이면 "엄마, 안아!!!!!!!!! 일어서!!!!!!!!!! 불 켜!!!!!!!!!!"라며 울고불고 소리를 질렀다. 무시하고 있으니 아기가 발작하듯이 울어 결국 아기를 안고 일어나 불을 켰다. 하지만 졸린 아기는 그 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짜증과 울음을 반복했고 결국 장난감 앞에서 꾸벅꾸벅 졸아 아기를 겨우 안아 방에 눕혔다. 이틀 내내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글로 적고 있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속이 괴롭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우리 아기인 걸.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얼마 후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일단 조금만 더 버티면 상황이 한결 나아지리라는 것이다. 하원 후에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남편이라는 점도 죄책감을 조금 덜어준다. 내가 없을 때는 아기가 나를 찾지 않고 잘 지낸다고 해 마음이 놓인다. 어쨌든 아기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니 그 부분에 더 신경 써주자. 해결책은 하나다. 더 많이 사랑해주기. 문득 시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