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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젤리 Mar 04. 2023

코로나가 휩쓸고 간 우리집(1/2)

코로나 시대를 사는 법

코로나 이번이 처음이세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러 병원에 들은 말이다. 2023년 2월 기준,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 3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0% 이상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를 피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남편은 코로나 초기 때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병원에서 근무 중이었고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면서 우리 병원도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게 되었다.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들에게 투약 및 복약지도할 인원이 필요해 약제팀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근무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남편은 현재의 근무환경에서 일을 계속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당시 우리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둘이 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일하면서 하루종일 지내기에는 답답한 모양이었다. 침 슬슬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것도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당분간 서울을 떠나 있기로 결정했다.


염두에 둔 지역에 마침 자리가 있어 지원했다. 면접 보러 간 날 이사할 집도 구했다. 당시에는 남편의 재택근무가 그다음 해 6월까지여서 10개월만 계약했는데, 결과적으로 그 지역에서 2년을 살게 되었다. 이사 후 새로운 곳에서의 일상이 시작되었고 기다리던 아기도 찾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는 잦아들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코로나를 피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지만 결국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내가 새로 일하게 된 병원에서도 코로나에 감염된 직원들이 속속 나왔고, 코로나 환자는 너무나 많아져 기존 병동 한 층을 아예 코로나 전담 병동으로 만들기까지 했다. 임신 중기 때 원인 모를 출혈로 입원까지 했었던 터라 이참에 출산 전 기존 연차를 모두 소진해 미리 휴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 후로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 더더욱 집에만 있게 되어 코로나 걸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전날이 남편의 생일이어서 시댁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아기를 씻기고 마지막 수유를 하고 방에 눕히고 나왔다. 저녁 준비를 하려는데 남편이 몸이 으슬으슬하다고 했다. 남편이 피곤할 때 감기기운이 있는 경우가 많았어서 집에 비상약으로 구비해 둔 종합감기약을 먹으라고 했다. 남편은 약을 먹고 난 후에도 여전히 몸에 한기가 들고 열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체온을 쟀더니 39도. 띠용? 이게 무슨 일이람. 급하게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꺼내어 검사해 본다. 두 줄이 나왔다.


남편은 양성이지만 나는 아직 음성이었기에 남편을 안방에 격리시키고 아기와 나는 거실에서 지내기로 했다. 쿠팡으로 자가검사 키트와 각종 소독용품을 급하게 주문했다. 코로나가 아기와 나는 피해 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틀 후 아기가 열이 나서 자가검사 키트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이때까지도 나는 음성). 그렇게 9개월 아기도 코로나에 걸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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