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젤리 Mar 07. 2023

코로나가 휩쓸고 간 우리집(2/2)

어쨌든, 해피엔딩

예전 글(나도 몰랐다, 아기 약 어떻게 먹이는지.)에서도 썼듯이, 아기가 아프면 특히 열이라도 나면 정말 아기도 엄마도 너무 힘들다. 일단 아기는 컨디션이 안 좋으니 계속 보채고 울고 안아달라고 한다. 열이 나니 탈수가 생기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아기는 입맛이 없는지 평소의 반도 채 먹지 못한다. 그 와중에 해열제 먹여야 하는데 약 먹이는 과정도 너무 진이 빠지고 무엇보다 열이 잘 떨어지지 않으면 열성경련이라도 올까 봐 너무나도 걱정이 된다.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된 지 이틀 만에 아기도 코로나 양성이 뜨고 말았다. 처음 측정한 아기의 체온은 38.2도. 일단 가장 기본적인 해열제(아세트아미노펜)를 먹였다(아기가 극렬히 저항했지만 어찌어찌 성공했다). 그 후에도 체온은 떨어지지 않았고 4시간가량 지나자 체온이 39.3도까지 올라갔다. 다시 해열제를 먹이려고 시도했는데 아기는 강하게 거부하다 사레가 심하게 들려 토를 엄청 했다(6개월 때 사용했던 방법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내가 멘붕에 빠진 사이 거실로 나온 남편이 다행히 아기를 달래 가며 약을 조금씩 먹였다. 약을 먹이고 한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체온은 39.6도까지 올라 병원을 가야 하나, 혹시 가야 할 상황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하나 급하게 수소문해 보았다.


일단 열의 원인이 코로나로 명확하고 다른 증상 없이 열 그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렇게 높은 수치를 처음 보다 보니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걱정이 되었다. 하필 토요일 저녁이었고 밤새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았는데, 소아과 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현실말로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은 어느 병원 응급실의 사정을 전해 들은 것이다.


A병원입니다.
* 응급실
평일, 주말 당직(17:00-익일 07:00)에는 소아응급실 신환 안 받고 구환, 혈우병, 아동학대, 따로 연락하고 전원 받는 경우에 한해서 진료보고 있습니다.
* 현재 소아응급실전담 전문의 선생님 한 분 근무하시는 날(○요일 밤, ○요일 종일)은 신환도 모두 진료하고 있습니다.


아기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3시간이 지난 후에도 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해열제(이부프로펜)를 먹였다. 아기가 잘 시간이 되어 재우고 코로나로 컨디션이 안 좋은 남편 대신 내가 열보초를 서기로 했다. 아기도 깊게 잠들지 못하고 한두 시간마다 계속 깼기 때문에 아기를 안고 달래가면서 재웠다. 틈틈이 아기의 체온을 확인했는데 열은 떨어지는 듯하다가도 나중에는 39.7도까지 올라 아기를 억지로 깨워 약을 먹여야 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열은 있었지만 해열제를 먹이니 어느 정도는 체온이 떨어졌다. 하루종일 아기 소변 기저귀를 체크하고(탈수증상 확인차) 체온을 재고 6시간 간격으로 해열제를 먹이며 시간을 보냈다. 아기의 열이 완전히 떨어지는데 꼬박 48시간이 걸렸다. 열이 내리자 아기도 평소의 컨디션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다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정이 심해지고 나만 보면 안아달라고 난리였다. 평소 남편의 육아참여도가 높아 남편과도 곧잘 시간을 보냈었는데, 남편이 먼저 격리하는 동안 아기와 둘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리고 아픈 아기를 많이 안아주었던 탓에 아기는 정말로 엄마껌딱지가 되어버렸다. 이제 어쩌지.


열은 내렸지만 다음날부터 아기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폐렴으로 가는 초기증상일까 싶어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폐렴 소견은 없고, 코로나 증상 중 하나로 보인다고 하셨다. 기침약을 받아와 3일 간 먹였더니(다행히 이 약은 아기가 잘 받아먹었다) 아기는 기침도 멎고 드디어 격리도 끝났다. 만세!


코로나 격리기간 동안 의외로 힘들었던 점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지못해 현관에 쌓아두어야  일이다. 요즘은 정말 편리한 세상이라 온라인으로 주문하지 못할 것이 거의 없다. 온갖 것들을 집 안으로 들이기는 쉬운데 내보내기는 어려운 아이러니. 특히나 아기 기저귀를 하루에 최소 열 번은 갈기 때문에 일반쓰레기가 매일 한 봉투씩 나왔다. 그래서 쓰레기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며 답답하고 비위 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후각을 상실해(땡스 투 코로나) 그럭저럭 못 본 척하고 지낼 수 있었다.


어쨌든 아기는 잘 회복되었고요, 엄마아빠는 아직 기침과 콧물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아기만 건강하면 됐지! 코로나 제발 끝나라. 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가 휩쓸고 간 우리집(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