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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젤리 Mar 31. 2023

수면교육도 현재 진행형

잠자는 법도 가르쳐줘야 아나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덕목이다. 잘 먹고 잘  잘 는 아기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니콘 아기' 불린다. 우리 아기는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잘 (?) 아기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내가 옆에 있어야만 잠들고, 중간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다시 잠들기를 힘들어해 최근 수면교육을 다시 시작했다.


수면교육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본 것은 아기 생후 50일 즈음이었다. 신생아 시기를 막 지난 아기는 수유 간격도 늘어나 밤에도 곧잘 잤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저녁 시간에 잠재우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당시까지도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는데, 낮 시간에는 이모님 품에 안겨서 잘 자던 아기가 이모님이 퇴근하고 나면 울면서 악을 쓰고 잠들지 않으려고 했다. 아기를 안아 어르고 달래고 급히 주문한 짐볼을 타며 재워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든 것처럼 보였던 아기가 침대에 눕히기면 하면 눈을 번쩍 뜨고 울어재끼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등센서라는 것인가?! 순한 줄 알았던 우리 아기에게도 등센서가 있다니. ㅠㅠ 너무 좌절스럽고 이모님 퇴근 후에만 잠들지 않으려는 아기가 야속하게 느껴다. 힘든 밤을 보 다음날은 꼭 이모님께 기 밤잠 재우기의 어려움 하소연하고는 했다.


그러 어느 날, 아기를 저녁 7시부터 재우기 시작했는데 아기는 내내 울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깨기를 반복해 결국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기 몸무게도 5kgㅡ지금 생각해 보면 귀여운 수준이지만ㅡ을 돌파해 남편과 교대했음에도 아기를 오랜 시간 안고 있기가 정말로 힘들었다. 당시 모유 유축도 하고 있던 터라 온몸의 관절이 쑤시고 아팠다. 보다 못한 남편이 수면교육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수면교육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안눕법: 아기기 잠들 때까지 안았다 눕혔다 반복하기
2. 쉬닥법: '쉬~' 소리 내며 토닥토닥하기
3. 퍼버법: 아기가 스스로 잠들 때까지 (아기가 울더라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최소한만 개입하며 기다리기


세 가지 방법 모두 수면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조건 저녁 7시에 아기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수유를 하는 것으로 수면의식을 정했다. 일단 첫 번째, 두 번째 방법이 모두 통하지 않았기에 선택지는 마지막 퍼버법 밖에 없었다. 퍼버법을 흔히 '울려 재우기'라고도 하는데 그건 너무 과격한 표현인 것 같고 '아기가 스스로 잠드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엄마아빠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할 수 있다.


퍼버법은 총 7일간의 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날짜마다 대기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첫째 날에는 3분, 5분, 10분(이후에도 10분) 간격으로 우는 아기를 체크업한다. 둘째 날은 5분, 10분, 12분(이후에도 12분) 이런 식으로 부모가 개입하는 시간 간격을 조금씩 늘린다. 수면교육을 시작한 첫날, 우리 아기는 1시간 40분가량을 울다가 잠들었다. 우는 아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울음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 것이 부모로서 너무나 고역이었다. 마음이 약해진 내가 아기를 안아 달래려고 하면 남편이 바로 제지했다. 수면교육에 대한 의지가 남편이 더 강했기에 아기 체크업을 전적으로 남편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나는 샤워를 한다던가 아예 다른 일을 하며 아기의 울음소리를 못 들은 체하려고 애썼다.


수면교육의 효과에 긴가민가 하던 4일째 밤. 아기는 10분 정도 울다 잠들었다. 너무 기뻤다. 육퇴 시간이 이렇게나 앞당겨지다니...!! 남편과 나의 자유시간이 4시간이나 더 생긴 것이다. 그 후로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나오면 아기는 조금 울다 바로 잠들었고 우는 시간도 최대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울지 않고 혼자 뒹굴거리다 잠드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기가 잠드는 공간이 바뀔 때마다 수면교육을 다시 해야 한다는데 다행히 우리 아기는 이사 후 새로운 공간에서도 잠을 잘 잤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순한 아기인 것 같다. 친정엄마가 우리 아기를 보고 이런 아기면 열 명도 키우겠다고 하셨다(엄마 미안 ㅋㅋ). 그랬던 아기였는데...


아기가 9개월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앉고, 잡고 설 수 있게 되자 재우기 난이도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이전에는 뒤집기, 되집기 밖에 할 줄 몰라 침대에 눕혀놓아도 아기는 굴러다니는 것이 최대치의 반항(?)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기를 침대에 눕히면 절대 가만히 누워있지 않고 앉거나 기거나 잡고 서려고만 한다. 가 아기를 눕혀놓고 나가려고 하면 아기는 침대 난간을 붙잡고 서서 울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아기가 잠들 때까지 내가 옆에서 지켜보게 되었는데, 일어서려는 아기를 붙잡아 눕히고 토닥이보니 재우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렸다. 하루이틀만 이러다 말겠지 싶어 계속 내가 재웠는데 며칠이 지나자 오히려 밤중에 깨서도 나를 찾고 함께 놀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아기가 밤에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엄마인 나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결국 수면교육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도 마음 약한 나 대신 남편이 수면교육을 주도하기로 했다. 남편은 아기 침대에 들어가 함께 눕거나 앉아 있는 대신 바로 옆 우리 침대에 누워 아기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기는 조금 울다가 금방 잠들었다. 아기에게 '엄마는 언제나 놀아주는 사람', '아빠는 얄짤 없이 재우는 사람'으로 각인되었나 보다. 어쨌든 요즘은 아기를 남편이 재우러 들어가 아기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다 나온다. 수면교육을 다시 시작한 후로 아기가 밤 중에 깨어나는 일도 없다. 수면교육은 엄마아빠와 아기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돌 아기를 키우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나중에 아기가 걸어 다닐 수 있게 되면 자기 방 문을 열고 나온다고 했다. ㅠㅠㅋ  그건 그때 고민해 보기로 하고 일단 이번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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