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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젤리 Nov 29. 2023

질풍노도의 18개월

아기도 사춘기를 겪는다

흔히 1818하는 18개월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기는 몇 달 전 약간의 엄마껌딱지 시기를 거쳤는데, 이후 18개월 차가 되었을 때는 그럭저럭 온순해서 괜찮은 줄 알았다. 며칠 전까지는.


오늘로써 우리 아기는 18개월 13일째 인생을 살고 있다. 요 며칠부터 아기는 평소 내가 일상적으로 해주던 옷 입기, 양말 신기 같은 일들을 갑자기 본인이 스스로 하겠다고 나섰다(사실 엄청 고집을 부린다). 잘해주면 더할 나위 없지만 문제는 스스로 잘하지 못해 온갖 짜증을 부리다 오열로 끝나버린다는 것. 그래도 혼자 할 수 있게 된 것들도 있다. 국이나 요거트 떠먹기, 신발 신기, 기찻길 만들기 등. 


본인이 바라는 바는 명확한데 말로 잘 표현이 안되니 보는 우리도, 아기도 서로 답답하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짜증을 부리다 바닥에 드러눕기 일쑤다. 바닥에 누워 울고불고하는 아기를 바라보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던 와중, 어느 육아 고민글에서 이런 내용의 댓글을 봤다.


사춘기가 부모로부터 독립을 준비하는 시기라 자녀를 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만 2세 무렵도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하다가 자기 자신을 부모로부터 분리시키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 댓글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우리 아기가 단순히 욕 나오는 18개월이 아니라 아기 사춘기를 겪고 있구나?! 말도 안 되는 일로 억지 쓰며 울고불고 난리 피우다가,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헤실헤실 웃던 아기. 그래, 너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구나. 아기의 감정과 상태에 너무 동요하지 고 무심한 듯, 그러나 애정가지 이 시기를 지나 보아야겠다. 마도 우리 엄마가 그랬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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