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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림 May 14. 2023

대량 구매의 함정

- 앞으로 몇 년 간 문구류는 안 사도 되겠다!

오랜만에 나의 문구류들이 들어 있는 서랍을 정리했다. 그저 연필이나 볼펜 몇 개 들어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샤프심, 연필 뚜껑, 볼펜, 형광펜, 지우개들까지 언제 사들인 건지 모르게 자리를 차지한 녀석들이 꽤 많았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것도 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대부분은 내가 산 것들이었다. 그것도 여러 개 사니까 가격이 저렴하다며 쿠팡에서 대량으로 산 것들이었다. 아이 학교에 갖고 갈 연필 뚜껑 5개 정도만 필요했는데 난 20개도 넘게 쟁여 놓고 있었고, 0.9mm 샤프심도 당연히 소진이 빨리 될 거라 예상해 15개짜리 한 박스를 샀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막상 연필을 가장 많이 쓰고 있고 샤프심을 대량으로 샀다는 것도 잊은 채였다. 네임펜도 아이 학교에 가져갈 두어 개만 있으면 되는 거였는데 나는 왜 한 박스를 산 것일까.



귀엽다며 샀던 수박 모양 샤프들도 지금은 한 개로만 5년째 쓰는 중이다. 이건 0.5mm 샤프심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 나는 연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0.9mm 샤프심도 엄청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다 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머지는 우리 학원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내 필통에 있는 수박 샤프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소진이 가장 빨리 이뤄지고 있는 연필들. 그러나 이 연필들은 이제 아이에게 양보하고, 난 있는 샤프심을 쓰기로 한다. 새로 사게 될 연필도 아이 몫으로만, 그것도 필요한 만큼만 살 것이다. 쿠팡에서 대량으로 사기보단 근처 문구점에 가는 게 나을 듯 하다.


어릴 적엔 문구점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마음에드는 걸 하나씩 집어 오는 게 내 나름의 힐링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야금야금 사 들인 것들을 보고 있자니 어째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기분이다. 이젠 쓰고, 비우면서 힐링해야 할 차례인가 보다. 앞으로 몇 년 간은 대량구매 금지! 특히 쿠팡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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