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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림 May 27. 2023

숲 선생님

- 이름값을 하길 바라는 소망



나는 내 이름에 “림”자가 들어가는 게 싫었다. 왠지 모를 촌스러움이 느껴지고 어설프게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정연, 지호, 준영“같은 중성적인 이름을 원했다.


그러다 교습소를 차리고, 교습소의 이름을 고민하면서 나는 다시금 “림”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어릴 때와는 좀 느낌이 달라져 있었다. 이름을 있는 그대로 적어 “00교습소”라고 짓기에는 너무 직접적인 것 같아 이름의 한자 뜻을 풀어적기로 했는데, “림”자 덕분에 “숲”이라는 의미가 들어가는 것이 꽤나 의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선 숲이라는 단어가 주는 초록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에 살고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을 모두 품고 있는 듯한 크고 넉넉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나무의 종류나 생김새에 상관없이, 그 어떤 나무도 배제하지 않은 채 모두 “숲”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포용성. 그러나 일방적으로 숲이 나무들을 품어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모두 자라 숲을 더욱 울창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듯이 나무들로 인해 숲은 더욱 빛이 난다.


그래서 작은 꼬꼬마 나무 같은 아이들이 우리 교습소에 들어오면, 난 그들을 정성껏 지도해 우리만의 숲을 이루는 것이 마치 나의 사명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것까지 떠올리고 나자 “림”이라는 글자가 내 이름에 들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는 지금 숲 선생님으로 불린다. 나는 이 이름이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그냥 단순히 ”선생님“이나 ”논술 선생님“인 게 아니라, ”숲 선생님“이라서 더욱 귀에 박힌다. 그래서일까? 초록빛처럼 싱그러운 아이들이 교습소 문을 힘차게 열고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생명을 얻어가는 기분이다.


숲은 저 혼자 온전한 숲을 만들지 못한다. 반드시 나무들이 있어야 한다. 나도 나 혼자 아무리 잘난 척하며 경력을 자랑해도 아이들이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아담하고 소박한 동네 공원 정도의 숲이지만, 내가 품고 있는 나무들을 하나하나 잘 보듬고 길러내어 울창한 숲을 이뤄보고 싶다. 그래서 “림”이라는 글자가 아깝지 않게, 나 스스로에게도 이름값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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