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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빵씨 Apr 17. 2022

프랑켄슈타인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요?

고전 독서 모임 <더 클래식> 4월 선정 도서

이번 달 선정 도서는 <프랑켄슈타인>이다. 중고서점에서 2002년 인디북 출판 <프랑켄슈타인>을 구매했다. 


저자는 메리 W. 셸리로 세계 최초 SF소설가다. 정규 교육을 받지는 않았으나 지식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런저런 지식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녀는 17살에 유부남인 퍼시 비시 셸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었다. 금지된 사랑을 했기 때문에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피하려고 도피 여행을 다녔다. 남편은 나중에 여행 중에 죽었고 아이를 4명이나 낳았지만 3명이 죽었다. 


그녀는 평탄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부남과의 결혼, 아이들의 죽음, 남편과의 사별, 정규 교육의 부재를 겪었다. 하지만 본인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타고난 지성이 있었는지 꽤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 


1931년 작품 <프랑켄슈타인>에서의 이미지가 굳어져서 사람들은 느리고 아둔한 프랑켄슈타인만 기억한다. 사실 원작에서는 괴물은 그저 괴물이고 괴물을 만들어낸 과학자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리고 원작의 괴물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어 하고 책도 읽으며 인간 사회를 탐구한다. 


탄생한 것 자체가 불행힌 이야기라서 다 읽고 나니 굉장히 슬펐다. 재밌게 읽히는 책이었지만 괴물의 고통이나 외로움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프랑켄 슈타인 줄거리>

1. 로버트 월튼
북극으로 향하는 배의 선장인 로버트 윌튼은 북극을 정복하는 꿈을 가지고 항해 중이다. 영국에 있는 누나에게 편지로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 그는 개썰매를 타고 이동하는 괴물과 그를 쫓는 빅터(혹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을 만난다. 체력이 약해져 죽을 위기에 처한 빅터를 구해준다. 빅터는 월튼 선장의 간호로 체력을 회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 빅터 프랑켄슈타인
빅터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부모님은 어린 시절 엘리자베스라는 귀여운 아이를 양녀로 데려온다. 빅터는 어느 날 코넬리우스 아그립파의 책을 발견하고 유사과학, 고대 과학 분야에 빠진다. 제네바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지만 기타 시간에는 고대 과학(연금술, 신비 과학 등)을 탐구하며 시간을 보낸다. 

빅터는 대학에 가서 현대 과학을 접하고 열심히 공부한다. 인체의 원리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모아 괴생물체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 괴물이 눈을 뜨는 순간 빅터는 두려움에 자리를 떠난다.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빅터는 동생 윌리엄이 죽었다는 서신을 받는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 보니 윌리엄은 목 졸려 죽었는데 근처에서 괴물을 보고 그의 짓임을 알게 된다. 슬픔을 달래러 간 빅터는 괴물을 다시 만나게 된다. 

3.  괴물
괴물은 빅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괴물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으나 사람들은 괴물을 보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괴물은 착한 가족의 헛간에서 숨어 지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얻은 책을 보며 지식을 쌓았다. 인간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마친 뒤 괴물은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만 거부당한다. 

괴물은 분노하며 헤매다 윌리엄을 만나게 되고 그가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사실 아들로 오해함..)인 것을 알고 복수하려고 죽인다. 하지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증거는 헛간에서 잠든 소녀의 주머니에 넣는다. 

괴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 괴물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빅터는 오랜 시간 동안 여자 괴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거의 완성했지만 인류에 대한 죄책감으로 완성하지 못한다. 

괴물은 괴로워하며 빅터의 결혼식 밤에 따라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괴물은 빅터의 죽마고우 클레발을 죽인다. 빅터는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 신혼여행을 간 곳에서 엘리자베스도 괴물에게 희생당한다. 충격을 받은 빅터의 아버지도 얼마 후 세상을 떠난다.

4. 괴물 - 빅터 - 월튼 선장
빅터는 분노하여 괴물을 뒤쫓는다. 북쪽으로 향하는 괴물을 거의 따라잡았지만 바다의 얼음이 부서지며 놓친다. 그때 월튼 선장을 만나게 되고 월튼은 빅터를 도우려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빅터도 죽는다. 

괴물은 죽은 빅터를 보고 슬퍼한다. 괴물은 죽음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

헛간에 숨어 지내던 괴물은 인간들의 대화를 통해 언어를 학습한다. 우연히 얻은 책을 통해 사회, 문학을 배우게 되고 어느 정도 자기 객관화를 시킨다. 자신에 대한 성찰 후 괴물은 더 절망한다.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p.211
나는 나란 존재가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그저 내게는 친구도 없고 돈도 없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추하고 혐오감을 주며, 인간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탄생의 이유도 모르고 그는 성장의 과정도 없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들고 스스로 두려워서 도망쳤기 때문에 괴물은 태생부터 고독하다. 괴물의 외로움은 진하다. 생존에 필요한 일들은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었지만 그는 동물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인간처럼 인격과 감정이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기에 고독을 느낀다. 그의 고독감, 외로움을 보면서 인간다움을 느꼈다.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이토록 다른 이의 인정을 원할까.

괴물을 인정하는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괴물은 삶을 적극적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의 창조자인 프랑켄슈타인의 인정이나 사랑만 있었어도 행복한 괴물이 되었을 것 같다. 



보기 좋은 외모라는 장점

괴물의 특징은 괴기스럽고 무서운 외모다. 외모나 덩치를 뺀다면 그의 인격은 훌륭하다. 거짓 없이 상대를 배려하며 말한다. 프랑켄슈타인에게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그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안(여자 친구를 만들어 달라고)한다. 헛간에 숨어 살 때도 그 집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최대한 숨어 지냈고 우렁각시처럼 몰래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가족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가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심지어 이사까지 간다. 

프랑켄슈타인과 결혼하는 엘리자베스는 가난한 가족 출신이다. 빅터의 엄마의 선행으로 가난한 가족을 도우려고 아이를 데려다 길렀는데 그 아이들 중 가장 세련된 외모를 가진 아이가 엘리자베스였다. 그녀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고운 외모 덕에 어디에서나 호감을 샀다. 예쁜 외모에 배려심도 깊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엘리자베스라는 캐릭터가 있어서 괴물은 더 비참해 보인다. 그는 아무리 공부를 하고 땔감을 구해놓아도 호감을 얻기 힘들다. 슬프게도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어떻게든(성형이든, 스타일이든, 예술이든, 취향이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관심을 살 수 있다. 


이 생각을 하다가 프레시 어글리라는 회사가 생각났다.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B급 과일이나 야채를 판매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돈을 내도 예쁜 것을 먹고 싶어 하는 편인데 못생긴 과일과 야채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실용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도 어렵게 느껴졌다.



편견을 줄이기 위한 방법

괴물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착한 가족에게도 다가가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다가갔다.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해주었지만 욕만 먹는다.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다르게 소통할 방법을 찾아봤다면 어땠을까. 그의 외로움이 안타까웠다. 지금처럼 다양성을 인정받는 시대에 괴물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코스프레인 줄 알고 같이 어울렸을까? 괴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인격과 감정을 가진 존재가 AI라면

괴물은 동물과 달리 인격과 감정, 학습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당시의 과학으로는 죽은 몸을 활용한 신체를 만들어서 괴물을 만들었다는 상상 정도였다. 현재는 그럴 필요 없이 로봇으로 몸을 만들고 AI로 영혼을 불어넣으면 된다. 

이런 생각은 굉장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아직은 AI의 규칙들도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와서 옮겨가는 것인데 최종적으로는 소설 속 괴물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들이 스스로 학습하게 되었을 때 창조주인 인간을 어떤 식으로 대할까? 효율과 성능을 따지며 인간은 폐기해야 한다고 할까. 인간의 취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인간을 어떤 덫으로 몰아갈까. 과학자들이 AI의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는 명확한 것 같다. 그 시작에는 인간에게 좋은 일들이 많지만 끝에는 인간에게 좋은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프랑켄슈타인은 목적 없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자 괴물을 만들었다. 괴물에게 작은 삶의 목적 하나라도 부여했다면 그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잘못 불리던 소설 속의 괴물은 불쌍했다. 굉장한 고독과 고통 속에 살았고 삶을 마칠 때도 혼자였을 것이다. 아버지인 프랑켄슈타인의 인정과 사랑만 있었어도 그의 삶이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괴물을 괴롭게 하던 사람들일까. 의미 없는 삶을 준 프랑켄슈타인일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괴물도 그 자체로 괴물일까. 슬픈 마음으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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