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30
오늘도 인스타그램을 본다. 그곳은 사람들이 선택한 사진들로 편집된 새로운 세계다. 사용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들은 사진으로 고정되면서 기억으로 고착된다. 휴대폰에서 선택받지 못한 사진들은 버려진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서 빛이 바랜다. 그래서 ‘선택’은 버리는 것과 동일하다. 무엇을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를 버린 것이다. 선택된 것이 빛날수록 나머지는 그 그림자에 갇힌다. 정보는 이렇게 사용자의 주의에 따라 편집상태로 남겨진다.
사적 영역은 주관적 편집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 기업과 정부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정보에 편향이 생기는 것은 위험하다. 언론매체에 객관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하자니 기사의 ‘객관성’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다. 아래는 지난 4일 대통령이 문화예술인들을 만난 후 보도된 기사들의 제목이다.
尹대통령 “각국 정상 문화예술 산업 주목…최선 다해 지원할 것”
尹대통령, “해외정상들, BTS 등 우리 문화예술 이야기 많이해”
‘색깔 맞춤’ 尹대통령 부부,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 이어 음악회 관람
녹색으로 맞춘 尹대통령 부부…문화예술계 신년인사회 참석
여기서도 ‘선택’이 문제가 된다. 동일한 사건에 어떤 기사 제목에는 ‘대통령’만 등장하고 다른 기사 제목에는 ‘대통령 부부’가 모두 등장한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어떤 기사는 해외 정상들이 문화예술‘산업’에 주목했다 하고 다른 기사는 ‘BTS 등 우리 문화예술’ 자체를 논한 것으로 말한다. 어떤 기사는 대통령 부부가 옷의 색을 맞춘 것도 이야기하는데 다른 기사는 그 옷의 색까지 전달한다. 결국 동일한 장면도 매체마다 초점이나 구체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알고리즘이 아니더라도 정보를 얻는 사람이 그 경로가 협소하다면 비슷한 정보만 모이는 확증편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보 생태계가 다양한 관점을 담은 정보가 많을수록 건강하다.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문체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받은 고교생의 풍자화에 ‘엄중 경고’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실은 한 언론사의 비판적 보도 내용에 불만을 드러내며 취재 제한 조치를 취하더니, 얼마 전 국회사무처는 대통령 부부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다수의 작품을 기습 철거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냥 뒀으면 소수의 사람만 알았을 일들이 이런 조치들로 오히려 큰 화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작년 신문의 날에 ‘언론의 자유가 권력이 부패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자산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부 옳은 말이다. 다만 지행합일(知行合一)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이라는 어휘체계로 계절을 이해한다. 우리 조상은 계절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했기에 24절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다양한 표현’을 수용하면 대상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민심을 더 정확하게 알기 원한다면 정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