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응석 Jun 21. 2024

[도민시론] 글로벌 시대의 한반도

2024.6.18

날이 더워지면서 야외에서 오래 활동하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숨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 또는 그렇게 하는 일”을 말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렇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한다. 환경이 우리에게 공기를 주고 우리가 다시 환경에 되돌려주는 과정인 것이다. 다만 마실 때는 산소를 얻고 내쉴 때는 이산화탄소로 돌려준다. 호흡에서 내가 받은 것과 주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 ‘대화’와 닮아있다.


“밥 먹었어?”라고 물어보면 “응, 먹었어” 또는 “아니, 아직 안 먹었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상대의 말에 알맞게 대응해 대화가 순조로운 것을 우리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라는 뜻에서 ‘소통(疏通)’이라 한다. 만약 아무 대답도 하지 않거나 대화의 규칙을 무시하고 “이번에 옷 하나 샀어”처럼 상대의 말과 관련이 없는 말을 해버리면 ‘불통(不通)’이고 대화는 곧 단절되기 쉽다.


좋은 소통이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나와 상대가 모두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럼 원활한 소통의 조건은 무엇일까?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을 위해 제시한 세 가지 요소인 에토스, 로고스 및 파토스를 참고할 만하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 화자의 신뢰, 내용의 논리 및 청자의 감성과 관련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명연설가들은 강연 내용의 65% 이상에 파토스를 활용한다고 한다. 청자와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타인의 사고나 감정과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상위어로 하나 되기’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몰티즈를 키우고, 다른 사람은 푸들을 키운다면 몰티즈와 푸들은 그 상위어인 ‘개’로 묶일 수 있다. 그럼 두 사람은 개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생긴다. 만약 한국인과 중국인이 만나면 그들은 ‘아시아인’으로 묶일 수 있다. 이렇게 상위범주화로 서로의 차이가 아니라 공통속성을 찾아보면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다. 우리라는 유대감은 공통의 목표에 집중하게 해 더 많은 성취를 가져온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크리스마스 전날이 되자 서부전선에서 수많은 영국군과 독일군이 크리스마스 축일을 맞이해 비공식 정전에 동참한 일이 있다. 독일군이 참호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자 영국군이 자신들의 캐럴로 화답했고, 양측 병사들은 서로 무인지대에서 만나 음식이나 작은 기념품 등 선물을 주고받으며 새해를 맞을 때까지 서로 총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때 그들은 영국군과 독일군이라는 차이가 아니라, 크리스마스라는 공유된 축일과 모두가 언제 죽을지 모를 힘든 처지에 놓인 군인이라는 같은 처지를 살폈을 것이다.


최근 일어난 오물풍선과 대북전단은 불통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이 보낸 정체불명의 오물을 실은 대형 풍선이 경기-강원 접경지역은 물론 서울 지역 초·중학교에서도 발견되며 피해가 속출했다. 북한은 오물풍선을 보내는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를 들었다. 그러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난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지만 북한은 오히려 오물풍선을 추가로 보냈다. 무턱대고 참자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인 대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제지도 하지 못하며 피해만 키우는 상황이 누구에게 득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도민시론] 로봇과 용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