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응석 Mar 27. 2023

[도민시론] 말하는대로

2022.4.20

같은 대상을 두고 너와 내가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오해가 생기고 싸움이 일어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하고 아예 말을 바꾸며 이름과 실제가 부합하도록 조정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강원도가 춘천과 홍천에 ‘한중문화타운’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55만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한 편은 ‘한중문화타운’이라고 말하고 다른 편은 ‘차이나타운’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전자는 이름에 한국과 중국이 모두 있고 후자는 중국만 있습니다. 실제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이름에 반영된 것이죠. 그제야 강원도지사는 시민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100% 한국 자본의 ‘한옥단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낙인이 찍혀서 부정적 인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프레임(frame)이 생겼기 때문에 실제 사실이 어떻더라도 이미지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사실은 프레임 안에서 최종 의미를 얻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춘천의 중도에 조성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5월이면 운영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모두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수식어를 강조하고 있고요. 일단 블록을 기반으로 레고랜드의 고유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테마파크’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글로벌’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글로벌 인재’의 사전적 의미가 전 세계를 무대로 해 활동할 수 있는 학식이나 능력을 갖춘 사람인 것처럼 ‘글로벌’이 수식어로 붙으면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는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테마파크라서 글로벌 테마파크라고 하겠지만 강원도민에게는 레고랜드가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돼 아직 부족한 강원도의 국제적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테마파크가 되기 위해 레고랜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외국인들이 오면 가장 먼저 겪는 불편은 소통의 어려움입니다. 레고랜드 홈페이지를 보면 한국어와 영어로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 중국, 일본 및 동남아에서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휴대폰 검색을 통해 만날 홈페이지의 정보부터 도착 후 겪을 불편들이 쉽게 예상됩니다. 여기서 춘천 남이섬의 성공 요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이섬은 관광 안내 리플릿을 8개 언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미얀마어)로 비치하고 무슬림 관광객을 위해 할랄 공인인증 음식점이나 기도실을 마련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늘리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니 그 수요에 맞춰서 준비한 것인지,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소문난 잔치라면 더더욱 많은 손님에게 초대장을 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초대장은 그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써야 하고요. 조만간 개장할 레고랜드의 실제가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이름에 부합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그 전해지는 명성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말을 듣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매거진의 이전글 [도민시론] 은유로 보는 교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