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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Mar 29. 2023

백액호(白額虎)

붉은 혈관을 타고 취기가 돌아야만

묵은지처럼 묵혀 두었던 한 두 마디 꺼내놓는 이여.


당신의 젊은 날은 무엇이 그리 아파서

매일 밤길을 휘청이셨나요?


징그럽게도 미웠던 이여.


내가 그때의 당신 나이 되어보니

산다는 게 힘들더이다.


늙은 몸, 어린 놈

이고 지고 살아내려니

한숨만 나오더이다.


그때 그 ‘술‘이

당신의 ’숨‘이었네요.


우리에겐 ‘눈물’이던 그 물이

당신에겐 ‘생명수’였네요.


이제는 당신의 아버지와 똑같이

머리와 눈썹이 새하애진 백액호(白額虎)여.


그대 비록 비틀거렸을지언정

그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 닮아

묵은지처럼 묵혀두었던 이 말을

달빛에 취해

꺼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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