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을 목전에 둔 나이이건만
여전히 난 속 빈 유리병같이
맨날 댕그랑 댕그랑거린다.
삶이 여유로운 벗들을 만나면
내 속도 좀 채워질까 하여
필사의 의지를 내어
따스한 봄 햇살 같은 이들을 만난다.
요즘 핫팩도 24시간은 가던데...
벗들에게서 받아온 전도열은
냉골 같은 내 일상에서 금세 차갑게 식어버렸다.
속 빈 유리병은 여전히 댕그랑 댕그랑...
그런데 유리보다 더 여리고 가늘어서
늘 휘청거리는 꽃가지 하나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속 빈 유리병은 댕그랑 댕그랑거리며
휘청 휘청거리는 꽃가지를 유리병 안에 넣어주었다.
조금 있다가 개구리 한 마리가 유리병 안에 들어오더니
개골 개골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래~ 너도 힘들겠다.
유리병 안에서 공명하여 증폭하는 개골 소리도
오늘은 참을만하다.
꽃도 개구리도
지금은 떠나고
나는 여전히 혼자이지만
내 속의 허기가 조금...
아주 조금
채워진 듯하다.
웃기다.
댕그랑 거리는 내 속을 채우는 건
묵직하고 큰 무언가가 아니라
연약한 꽃가지와 시끄러운 개구리란 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