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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Apr 18. 2024

꽃과 개구리

지천명을 목전에 둔 나이이건만

여전히 난 속 빈 유리병같이

맨날 댕그랑 댕그랑거린다.


삶이 여유로운 벗들을 만나면

내 속도 좀 채워질까 하여

필사의 의지를 내어

따스한 봄 햇살 같은 이들을 만난다.


요즘 핫팩도 24시간은 가던데...

벗들에게서 받아온 전도열은 

냉골 같은 내 일상에서 금세 차갑게 식어버렸다.


속 빈 유리병은 여전히 댕그랑 댕그랑...


그런데 유리보다 더 여리고 가늘어서 

늘 휘청거리는 꽃가지 하나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속 빈 유리병은 댕그랑 댕그랑거리며

휘청 휘청거리는 꽃가지를 유리병 안에 넣어주었다.


조금 있다가 개구리 한 마리가 유리병 안에 들어오더니

개골 개골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래~ 너도 힘들겠다.

유리병 안에서 공명하여 증폭하는 개골 소리도

오늘은 참을만하다.


꽃도 개구리도 

지금은 떠나고

나는 여전히 혼자이지만


내 속의 허기가 조금...

아주 조금

채워진 듯하다.


웃기다.


댕그랑 거리는 내 속을 채우는 건

묵직하고 큰 무언가가 아니라

연약한 꽃가지와 시끄러운 개구리란 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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