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혈관을 타고 취기가 돌아야만
묵은지처럼 묵혀 두었던 한 두 마디 꺼내놓는 이여.
당신의 젊은 날은 무엇이 그리 아파서
매일 밤길을 휘청이셨나요?
징그럽게도 미웠던 이여.
내가 그때의 당신 나이 되어보니
산다는 게 힘들더이다.
늙은 몸, 어린 놈
이고 지고 살아내려니
한숨만 나오더이다.
그때 그 ‘술‘이
당신의 ’숨‘이었네요.
우리에겐 ‘눈물’이던 그 물이
당신에겐 ‘생명수’였네요.
이제는 당신의 아버지와 똑같이
머리와 눈썹이 새하애진 백액호(白額虎)여.
그대 비록 비틀거렸을지언정
그 자리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 닮아
묵은지처럼 묵혀두었던 이 말을
달빛에 취해
꺼내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