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한다. 현지에서 비자를 받아도 되니 사실상 무비자이긴 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조단 패스(Jordan pass)를 구입하면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는 게, 요르단 정부(Ministry of Tourism and Antiquities)가 운영하는 비자발급 사이트(https://jordanpass.jo/)에서 말하는 비자를 사전에 구입해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조단 패스는 나의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여줬다.
우선 조단 패스는 비자 발급 수수료가 면제다. 현지 비자 발급 수수료는 40디나르(약 7만2천원)이다. (사흘 이상 머물러야 하는 조건이 있다.) 벌써 이 비용부터 아낄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관광지 입장권을 포함하고 있다. 가격은 페트라를 며칠 입장하는지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방랑자(Wanderer)가 70디나르(약 12만7천원), 탐험가(Explorer)가 75디나르(약 13만6천원), 전문가(Expert)가 80디나르(약 14만5천원)이다. 차례대로 페트라를 입장료 없이 하루, 이틀, 사흘 들어갈 수 있다.
조단 패스 세 가지 종류. 왼쪽부터 페트라를 하루, 이틀, 사흘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비용이 비싸진다. 사진은 요르단 여행유적부 홈페이지를 캡처한 것이다.
현장에서 페트라 입장권을 구입하면 하루가 50디나르, 이틀이 55디나르, 사흘이 60디나르이다. 비자 수수료(40디나르)까지 면제되는 걸 고려하면, 조단 패스를 사는 게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
여기에 로마극장, 제라시, 와디럼 등 주요 관광지는 제한 없이 무료 통과된다. 조단 패스가 없으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 지역이다. 다만 페트라 야간 입장과 예수 세례지는 조단 패스로도 입장이 안 돼 따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물론 여행객에 해당하는 얘기일 테다. 만약 페트라를 갈 일이 없다면, 조단 패스가 더 비싸다. 페트라는 요르단 여행의 꽃으로 불리지만, 우리 모두가 요르단을 여행 목적으로 가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나는 나중에 요르단을 다시 가고, 페트라를 다시 가지 않더라도 조단 패스를 사려고 한다. 약간 비용을 더 지출하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다. 생전에 또 요르단에 갈지 모르는데 굳이 이런 생각을 한 건 공항에서 거친 입국 심사에 대한 인상 때문이다.
요르단 여행유적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현지 주요 관광지. 조단 패스를 구매한다고 해서 모두 무료로 이용할 곳은 아니다. 예컨대 스쿠버다이빙과 호텔은 관광객 호주머니돈이 나간다.
암만 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오기까지 우리는 90여분을 썼다. 입국 심사를 받는 데 너무나 하세월이 걸린 탓이다. 가슴 칠 일이 많지만, 요약하면 한국처럼 빨리빨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입국심사 창구는 여럿인데 열린 창구는 한둘이다. 그 앞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긴 줄을 섰고, 닫힌 창구 뒤에서는 직원들이 잡담(서로 웃으면서 얘기하길래 그렇게 보였다)했다. 창구 직원은 도중에 전화를 하거나 자리를 떴다가 한참만에 돌아오곤 했다.
조단 패스를 보여주는 과정도 답답했다. 스마트폰에 피디에프 파일로 내려받으면 소용이 없다. 입국심사를 받기 전에 거치는 조단 패스 발급처에서 종이로 출력한 걸 입국 심사 직원에게 보여줘야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게 요르단 스타일인가 보다 하고 말았다.
앞으로 겪을 요르단은 환상적인 나라였지만 공항 직원의 서비스는 환장할 수준이었다. 그래서 쓸데없이 현지에서 비용을 아낄지 시간을 아낄지 비교해 본 것이다. 더 긴 하세월이 나를 기다릴지 모를 일이었다. 시간은 돈 주고도 못 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