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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강 Dec 05. 2023

승객보다 드라이버 할래요 [신혼여행은 처음]

대중교통도 된다. 그러나 내가 안 되겠더라.

요르단에서 렌터카를 타고 다녔다. 반드시 차를 빌려야 하는 건 아니었다. 대중교통으로도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공항에서 수도까지, 그리고 페트라와 와디럼 사막을 거쳐 최남단 항구도시 암만까지 버스가 간다. 여유가 있으면 택시를 타면 그만이다. 여행하다 만난 한국인에게 물어도 그랬고, 여행 전에 읽은 여행기를 봐도 대중교통은 다녔다. 운전은 요르단 여행을 가로막는 장벽은 분명히 아니다.

아흐레 동안 사막과 언덕 850킬로미터를 달리고도 꾀병을 부리지 않은 닛산사의 써니. 고마워.


그래도 불편은 감수해야 할 듯했다. 여러 후기를 읽어보니, 버스가 언제 출발하고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외국인 요금도 따로 있었다. 정시 출발도착과 정액 운임은 대중교통의 생명이 아니던가.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았다. 차라리 비용 약간과 운전하는 수고를 감수하기로 했다. 시간을 아끼고 동선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도 자가용 여행이 제격이다.


운전을 해보니 대중교통을 잘 피한 듯했다. 요르단 교외를 지나면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이들을 쉽게 만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차가 지나가면 손을 든다. 하도 이런 이들을 자주 만나니까, 여기서는 모르는 사람 차를 얻어 타고 모르는 사람을 차에 태우곤 하나 싶었다. 서로가 서로를 믿으니까 보이는 풍경이 아닐까 싶어 훈훈해 보였다. 근데 우리는 차를 한 번도 세우지 않았다. 그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행여나 여행에 변수가 생기는 게 싫어서였다.


말이 샜다. 훈훈한 풍경의 이면에는 둘 중에 하나 이거나 둘 다인 이유가 있을 듯싶었다. 대중교통이 원하는 시간 간격으로 가고자 하는 지역까지 닿지 않거나, 운임이 살인적으로 비싸거나이다. 실제로 겪어보진 않아서 추측일 뿐이지만, 합리적인 추측이 아닐까 싶다.


도시는 낫지 않느냐고? 출퇴근 시간 도로 위로는 정원을 오버한 버스가 지나다니긴 했다. 외관만 보면 대중교통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라비아 숫자를 달고 다니지도 않았고, 버스마다 생긴 게 제각각이라 전세버스 같아 보였다. 이런 버스를 언제 그리고 어디서 타는지를 이방인인 내가 알 수 있으려나 싶었다.


지하철과 철도는 사실상 여행자의 것이 아닌 걸로 보였다. 일단 수도 암만은 지하철이 없-는 걸로 안-다. 2017년 코트라에서 작성한 리포트를 보면, 당시 타당성 검토를 했는데 운행한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 요르단을 남북으로 잇는 철도가 있는데 주로 산업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렇고 저런, 그리고 저렇고 이런 이유를 들어서 렌터카를 이용한 것이다. 이 선택은 돌이켜보아도 잘한 일이다.


우리가 이용한 렌터카 회사는 몬테카를로(Monte Carlo). 공항에서 만난 직원을 따라 사무실에 도착해 서류를 작성하고 차를 인도받았다. 사족이지만, 요르단에서 운전하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다. 한국 면허증은 현지에서도 인정한다. 국제면허증이 필요한 줄 알고 사전에 발급받았지만, 필요 없었다. 단 한 번도 필요 없었다. 렌터카를 빌리면서 한국 면허증을 제시했다. 이후에 경찰과 군인 검문을 당하면서, 교통위반 범칙금을 떼이면서 늘 한국 면허증을 제시했다.

몬테카를로 렌터카에서 바라본 아카바 인근 풍경.


내 면허는 1종 보통이다. 이거면 현지에서 엔간한 여행용 차량을 운전하는 데 제약은 없어 보였다. (이 정보는 확인이 필요함) 나는 거기서 대형버스나 트레일러를 몬 것이 아니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일본 닛산사(社)에서 만든 써니(SUNNY)가 우리 여행을 책임진 녀석이다. 이 차는 변속기가 자동이었다. 처의 면허증은 2종 자동이어서 번갈아가면서 타고 다녔다. 체급은 현대차의 엑센트와 친구 정도이고 아반떼보다는 동생일 듯한 소형이었다. 그럼에도 아흐레 동안 85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우리를 안내했다. 

일어나지 않을 듯한 사고를 대비해 든 보험은 비용이 135 디나르였다. 상품명이 슈퍼커버다. 이제 알았는데 공항 픽업 비용이 5디나르 있었네.. 하;;

렌터카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차량용 보험을 어디까지 보장받을지에 대한 것이다. 회사 측이 우리에게 제시한 보험은 크게 두 가지였다. 자차가 되는 게 있고, 여기에 나아가 위급 상황에서 보험사가 출동하는 것이다. 위급 상황이라면 예컨대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다가 기름이 바닥나거나, 타이어가 터져서 운행이 어렵거나, 모래 폭풍을 만나서 고립되거나, 달리는 앞차의 돌빵으로 앞유리가 박살나거나, 자고 일어났는데 차량을 도난당하거나, 급발진으로 차량이 벽을 들이받거나 등등이다. 


이 모든 상황은 렌터카 사무실 지배인과 직원이 우리에게 언급한 예상된 위기였다.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을 마주하려나 싶은 상황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걱정하지 말란다. 경찰차(거기서는 보험사 견인차 역할을 경찰이 대신한다고 설명했다.)가 나타나서 도와준다고 했다.


나와 처는 이런 시트콤에서나 일어날 듯한 만약의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돌아가서 다시 선택하라면 그냥 자차 보장만 되는 보험을 들었을 것이다. 보험료 탓이다. 차량 렌터비와 보험까지 합해 우리가 낸 비용은 대충 480 요르단 디나르(JOD·JD)였다. 한국 돈으로 약 90만 원. 자차만 되는 걸 선택했으면 총비용이 60만 원 정도이다.


물론 더 낮은 보장을 제공하는 보험도 있다. 우리는 비용과 보장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보험이란 이런 인간의 나약한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한결같다. 신혼여행이 뉴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은 렌터카 사무실에서 호구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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