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남자친구

by 하얀새

연습실에서 딸아이를 픽업했다. 남자친구와 같이..??

처음 소개를 받는 날이었다.

시험 치러 가는 친구가 있는데 같이 가도 되냐길래 그러라고 했더니 알고 보니 남자 친구였던 것이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가는 길인데 차비라도 아끼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입시 치러 가는 마음도 무거울 텐데 혼자 짐 들고 여기저기 이동할 생각 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고놈 잘~~ 생겼다. 키는 큰 편은 아닌 것 같고 조금 마른 체형이었다. 수다스럽진 않지만 서글서글 말도 잘하고 예의도 바른 청년이었다. 내가 첫인상에 싫어하는 모습이 몇 개 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요즘도 저런 애가 있나? 싶어 의아했다. 우리 딸이 사전에 뭐라고 했나.. 싶기도 하고..ㅎㅎ


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먹는데 돈가스를 주문하는 걸 보고 남자아이들은 확실히 돈가스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딸아이가 돈가스를 주문하라고 시킨 거였다. 그 이유는….


마른 체형에 비해 잘 먹고 많이 먹었다. 깨작거리는 것보단 훨씬 보기 좋았다. 딸아이가 남긴 음식도 거리낌 없이 먹었다. 나도 안 먹는걸…..ㅔ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젓가락질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잘 잡고는 있는데 익숙하지가 않은 듯했다.

(혹시 담이가 우리 엄마 젓가락질에 민감하다고 말했어?^^) 했더니, (아! 실수했다!) 하는 표정으로 바짝 굳어져서는 먹고 있던 젓가락질을 슬그머니 놓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고 한편으론 짠하던지 (그런 거 같더라~ 괜찮아. 일반인들한테 그런 게 아니라,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보면 너무 멋있다고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젓가락질이 이상하잖아? 그럼 몰입감이 확 떨어져서 그런 거야. ㅎㅎ 그냥 편하게 먹어도 돼.^^) 했더니 그제야 휴~하고는 평소대로 젓가락을 잡고 먹기 시작했다.

(엄마, 실은 그래서 내가 오빠한테 돈가스 시키라고 했어. 포크 쓰라고..)

난 그 말이 더 충격이었다. 가볍게 남자 친구를 사귀는 건데 결혼할 남자를 소개받는 것처럼 딸아이가 너무 신경을 쓰는 게 섭섭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애들인데 너무 조심하고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내가 평소에 많이 무섭고 엄하게 키웠나 싶어 미안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것 같다고 그랬단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고..ㅎ

그것도 아마 우리 딸이 말을 했지 않을까 싶다. 엄마 말 많고 시끄러운 거 싫어한다고..

근데 딸아~ 엄마에 대한 사전 정보를 너무 많이 줬어. 서로 편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야 하는데 신경을 쓰니까 부자연스러운 거야. 엄마도 네 오빠야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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