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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Oct 18. 2023

봄날의 산타클로스

조금 늦게 도착한 위로

 눈이 많이 온 크리스마스였다. 

어쩌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선물을 가지고 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불안과 설렘을 안고, 두 손을 머리맡에 올려 선물을 찾았다. 

다른 아이들은 선물을 받았는데, 나는 선물을 받지 못했다. 

산타는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는데, 내가 나쁜 아이여서 선물을 못 받은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인가, 나는 착한 사람이 되려고, 무척이나 애쓰며 살았다.     

서울살이를 하며, 집 계약 첫날 보일러가 고장 나서 고쳐달라고 하자, 

알아서 하라는 집주인의 소리에 알았다고 대답했고, 

동료가 내게 미루는 일을 거절하지 못하고 해 줬다. 

상처 주는 말을 쿨하다는 핑계로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의 말을 참았다. 

열심히 살면, 착하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좋은 사람이 되면, 

산타에게 선물을 받은 것처럼, 행복해질 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우는 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쓴 이력서가 불합격된 날, 

내 그림자도 무거워 무너져버릴 것 같은 날이 젊었던 우리에게 있었다.   

나쁜 사람이 더 잘 살고, 약은 사람이 더 즐겁게 사는 것 같아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되묻기도 했다.

겨울 추위를 잊게 해주는 행복한 날이 크리스마스라며, 그날을 기다렸다. 


 버스는 우리의 기다림보다 늘 늦게 도착한다. 위로도 그렇다. 

오롯이 혼자 슬픔도, 아픔도, 외로움도 견뎌낸 지금, 눈꽃이 날리는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말자. 벚꽃 날리는 날, 빨간 털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우리를 위해, 아주 오래 준비한 위로를 들고. 

힘든 청춘을 보내고, 이제 알게 됐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하루뿐인 크리스마스보다 더 좋은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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