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무 방송작가 Oct 19. 2023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효자손

엄마한테 등짝 맞던 시절이 그립다.

“엄마한테 파리채로 맞으니까 몸이 이상해. 혹시 나 파리 되는 거 아냐?”

아들이 화가 나서 엄마에게 말하자, 너무 했나 싶은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답한다.

“아들아 미안해. 우리 아들이 파리가 되면 안 되지, 이제 엄마가 파리채로 안 때릴게"

“엄마 잘 생각했어. 이제 나 파리채로 때리지 마.”

앞으로 등짝 안 맞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아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엄마는 말했습니다. 

“미안해. 앞으로 말 안 들으면, 우리 아들 효자 되게, 효자손으로 때릴게. 부러질 거 대비해서 효자손 서너 개 사놔야겠다.”    

 

 한 때 인터넷에 떠돌던 유모다. 효자손으로 맞으면 정말 효자가 될까? 

어릴 때, 가게 앞에서 친구들과 모여 앉아서, 우리 엄마는 파리채로 때린다. 바가지로 때린다. 얘기를 하다가 한 아이는 엄마가 손으로 등짝을 때린다고 했다. 

엄마 손도 아플 텐데, 왜 그럴까? 이유를 찾기 위해,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엄마가 자신의 손으로 우리 등짝을 때리는 것은, 자식이 아픈 만큼 엄마도 아픔을 느끼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갑자기 가슴이 찡해지면서, 엄마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가게 아줌마가 큰소리로 말했다. 

“개뿔, 마음이 급해서 뭐 잡을 새도 없이 손이 먼저 나간 거야.” 

역시 엄마의 마음은, 엄마인 아줌마가 알고 있었다. 우리 마음에 일렁이던 감동의 물결은 쑤욱 사라져 버렸다.  


 효자손 하면 친한 동생 A피디의 일이 떠오른다. 

나도 여러 번 뵌적이 있는 A의 부모님은  자식의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분이고, 자식이 좋아하면 달라고 하기도 전에 싸주는 분이다. 어느 날 A는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등이 가려워 아빠의 효자손을 들고 들을 긁었는데, 딱 원하는 만큼의 강도로 긁어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단다. 효자손을 잡았을 때의 그립감도 좋아서, 내손처럼 착 감겼단다. 

아빠가 줄 것을 기대하며, 

“아빠 이 효자손 너무 좋다. 어디서 샀어?”

했더니, 아빠가 웃으면서, 

“고거는 나 죽으면 가져가라. 사람의 손으로 깎아서 그런가, 너무 좋아. 요즘에 없어서 살 수가 없어.” 

하셨단다. 자식에게는 다 주는 분이 효자손 앞에서는 그 마음을 거두신 거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A는 좋았단다. 뭐든 내어주는 부모님이 하나쯤은 자기를 위해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단다. 그 후 A는 촬영 차 출장을 가서 효자손이 보이면 쓱쓱 긁어본단다. 아빠가 가지고 있는 효자손과 똑같은 것을 찾아서, 하나 더 사드리고 싶어서. 그러고 보면, 효자손은 효자를 만드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봄날의 산타클로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