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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Dec 14. 2021

함께해서 좋은 세상

2021 부평구 청소년수련관 사랑의 연탄 봉사활동


Covid-19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 세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말 세상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분명 함께해야 좋은 것들을 함께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지난 2년간 두 번의 겨울이 지나갔고 세 번째 겨울이 찾아오고 있는 이 시점에 ‘위드 코로나’라는 새로운 일상생활 정책이 시작되었다.



위드 코로나 정책에서는 접종 구분 없이 99명까지 단체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로의 관심과 사랑을 몸소 실천하기 위한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오랜만의 자원봉사 가능 소식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남편과 두 딸아이와 함께 가족단위 봉사를 신청하고 검정 앞치마를 잘 챙겨두었다.




11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부평구 청소년수련관 대강당과 온라인 ZOOM을 통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봉사활동의 취지와 안전수칙을 전달하기 위한 사전모임이 진행되었다. 가족 단체봉사 신청 가족 대표 1인과 개인 청소년 봉사 신청자들만이 대강당에 모여서,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가정에서 안전하게 ZOOM으로 접속하여 국내 연탄 사용 현황과 연탄 관련 정보, 안전수칙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봉사활동도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만약 연탄을 떨어뜨리는 순간이 온다면 연탄은 깨져도 괜찮으니 발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요즘 연탄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겨울이나 되야 봉사신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처럼...


"연탄의 한 장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라는 교육담당 선생님 질문에 묵직해서 2개를 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만 알뿐.  연탄은 1장 당 약 3.5kg 정도 된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와 경상북도에서 연탄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수는 매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감소 이유는 국가복지차원의 지원에 따른 것이 아니라 도시개발에 따른 주거환경변화, 도시 재개발에 따른 이사, 건강악화로 인한 요양원 입소, 노인성 질환에 의한 고령층 사망의 이유 때문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현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 가구가 연탄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선 400~5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연탄 한 장의 가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700원~1000원 사이이기 때문에 900원 정도라고 가정할 경우 겨울 동안 가구당 40~50만 원의 난방비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 아파트 관리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에너지 빈곤층에겐 분명 부담이 큰 금액이다.


*에너지 빈곤층 : 광열비(전기료, 연료, 난방비)를 기준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가구. 소득에 비해 광열비 비중이 높아서 의식주에 써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사용하기 힘든 계층을 말한다.





인천의 경우 현재 850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을 하고 있다고한다. 이번에 지원자들과 함께 봉사한 지역은 부평구 **동 일대 14가구였고 세대주 어르신의 평균 연세가 74.6세인 점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흘러도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지역기관의 난방지원과 젊은이들의 봉사지원이 앞으로도 정말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이번 봉사활동에 많은 가족 단체가 참여하였고, 청소년 개인 봉사 신청자도 많아서 북적북적한 분위기에서 모두가 처음보는 사이임에도 어색할틈없이 한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하였다. 우비를 입고 장갑과 팔토시를 끼고, 행사 스티커를 몸통에 붙이고나니 좋은 일을 함께한다는 느낌에서 또 다시 느껴지는 '윤리적 파동'에 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듯했다.


좁은 골목에서 지그재그로 연탄을 나르는 봉사자분들


가족들과 함께 봉사를 하면서 연탄의 무게감에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일을 오히려 초등학생 아이들이 숫자를 크게 읊어가며 쉬지도 않고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고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의 씩씩한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계속 가슴이 일렁였다.



숫자를 세는 와중에도 "몇 장이나 남았어요?"라는 타고타고 넘어오는 메아리 질문은 분명 "많이 힘들어요."라는 메시지일 것인데 그래도 앉아서 쉬는 법 없었던 아이들. 부모님이 신청해서 억지로 왔다할지라도 현장에서는 분명 어른보다 어른다운 어린이들이었다.



분명 힘든 봉사이다.

그런데 다 같이 힘든 것 같아도 연탄 봉사를 할 때에 가장 힘든 사람은 연탄을 집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과 연탄을 쌓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한 가구당 연탄을 500장씩 넣기위해서는 500번을 같은 동작을 해야한다는 의미이고 옆으로 나르는 일보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하는 일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정해진 공간안에 연탄을 다 넣지 못하는 일 없도록 꼼꼼히 그리고 재빠르게 쌓아올려야한다. 그래서 들고 쌓는 역할은 힘을 쓸 수 있는 아빠들이 도맡아 하게되었는데 날씨가 쌀쌀해서 두툼하게 입은 옷 위로 흠뻑 젖어 땀이 뚝뚝 떨어지면서 우비의 틈 사이로 올라오는 김을 보니 가족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느낄지, 이보다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과 본보기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성격 드러나게 재빨리 연탄 성을 쌓은 남편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우리 조는 다른 조들에 비해 절반이상 빠른 속도로 첫 번째 가구 연탄 배달을 완료한 후 쉬지않고 다른 조 지원사격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편에게 한 여학생이 말했다.


"테트리스 좀 해보셨나보다."





좁은 골목 앞 여러곳에 쌓인 연탄을 여러조로 나누어 각 가정마다 400~500장을 무사히 넣어드리고 해가 지기 전 봉사활동을 마무리하였다.


부평구 청소년수련관 관장님의 마무리 인사말씀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모여 활동 마무리 인사를 나눈 후 부평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준비한 기념선물 연탄빵을 받아들었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두 딸아이들과 “이 빵을 우리가 먹을 수 있을까?”하며…


연탄빵과 함께 귤 두개가 내 손에 쥐어졌는데, 봉사자들에게 고맙다시며 동네 어르신께서 귤 한박스를 사가지고 오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셨던 어르신… 한 박스를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나눠가질 수 없다보니 조금씩 나눠갖게 된 것인데,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귀한 귤이었다. 역시 나누면 기쁨이 배가 된다는 말은 인생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이다.

 

“어르신 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내년에도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 봉사활동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부평구 청소년 수련관이 주최한 2021 함께해서 좋은 세상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아름다운 얼굴들을 마스크와 모자이크로 가릴 수 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가려져있어도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멋진 분들이십니다.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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