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befree Apr 13. 2023

열등감 활용법.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린 시절 전학은 우주가 송두리째 바뀌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던 세계가 바뀌는 것이므로 피치 못 할 전학을 할 때에는 아이들에게 더 세심히 신경 쓰고 사랑해 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마음 맞는 몇 명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평온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부모님을 따라 전학을 간 곳은 집에 나쁜 일이 있으면 모든 도시가 아는 중소도시였다. 모두를 다 알리 없지만 길거리를 다니면 다섯 명에 한 명 정도는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보는 그런 도시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린 시절이니 이 학교에서도 평온하게 잘 지내고 싶었다.

세계가 바뀌어서 그런지 선생이 내주는 숙제에 대해 이해도는 전혀 없었고, 나름 해간다고 해간 숙제는 항상 숙제 안 함이라고 공책에 적혀 있었다.

전 학교에서는 숙제를 안 해간 적이 없으며, 오히려 조용히 자기 할 일하는 착한 학생이었으면 학생이었지 바보 같은 아이는 아니었다. 

숙제를 안 해간 벌은 체벌이었는데, 그 선생은 돈이 필요하면 아이를 때린 것 같다.

그렇게 매일을 맞았나 보다. 손바닥도 맞고 어떤 날은 숙제 안 해갔다고 아이들 보는 앞에서 뺨도 맞았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말 한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지 않는데, 엄마의 말에 의하면 전학 오기 전에는 학교 가기 싫다고 한 번도 말하지 않던 아이가 매일 가기 싫다고 했다고 한다. 

사실 그 숙제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고 틀린 문제와 답을 써오라는 숙제였다.

나는 정말 문제와 답만 쓰면 되는 줄 알고 문제 번호와 답 번호만 써갔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선생이 웃으며 숙제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짜고짜 숙제 안 했다고 때릴 일은 무엇인가 싶지만,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렇게 맞는 1학기가 계속되었고, 어느 날은 교실 뒷문인가 앞문인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다녀간 뒤로, 숙제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감이 잡혔고, 그 선생도 더 이상 체벌은 하지 않았다. 

가끔씩 수업시간에 칭찬도 해주었다. 그때는 정말 내가 그전에는 바보였고 발전한 줄 알았다.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야 엄마가 다녀간 그날 그 선생한테 촌지를 쥐어주었다는 것 들었다.

그렇게 그 선생의 체벌은 다른 아이에게로 옮겨갔고 그 아이의 엄마는 돈을 안 가져다줬는지, 꽤 오래 체벌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학교 1학년 때 한번 더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있는 듯 없는 듯 있으려 노력했다. 어떤 친구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다가오면 그냥 친구가 되었다. 키가 큰 것도 아닌데 제일 뒷 번호인 것도 부끄러워, 시험지 제출 할 때 번호를 쓰지 않고 제출한 적도 있었다. 이방인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학창 시절 내내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공부는 별로 안 했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친한 친구 한 두 명쯤 있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위의 경험들 때문인지 성장 배경 때문인지 열등감은 많았다.

나에게 없는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고, 어떨 때는 화도 났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잘 지낼 수 없어 힘이 들었다. 

내가 가진 것은 돌아보지 않고 남들이 가진 것을 꽤 오랜 시간 질투했다. 

이렇게 힘들 바에는 남들이 가진 것 중에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 보니 그들이 가진 것을 가지려 노력했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게 됐다. 

열등감으로 인한 질투심은 남을 질투하기보다 내면을 돌보고 성장시킬 때 해소된다. 

열등감을 질투하는 데만 쓰면 속물이 돼 버리고 만다. 


 이 나이 먹도록 나도 나를 잘 모르겠기에, 가끔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 것이 부럽다. 그래도 내향인인 것은 확실하다. 예전에는 내향적인 것도 열등감의 일부였다. 

지금은 받아들이고 그냥 생긴 그대로 살려하니 삶이 편해졌다. 대부분 내향적이긴 하지만, 가끔 어떤 상황에서는 외향적이 되기도 하고, 남들이 다 좋다는 것을 나도 따라 하려 하지만,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아직도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지만,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칭찬하려 한다.

질투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고, 모든 것에 다 만족하는 인생도 좋지만, 질투가 나야 개선의 여지도 있다.

나를 돌아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열등감이 해소되고 남이 가진 좋은 것도 인정하게 된다. 열등감은 좋지 않은 감정이다. 열등감이 없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생긴 열등감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런 결과가 없어도 성장하는 데 쓰면 된다. 열등감은 불쑥불쑥 올라온다. 열등감이 올라올 때마다 남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려 노력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움 되는 영어 공부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