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될 수밖에 없는...
10대와 20대의 숙원사업은 일본어와 영어 마스터하기였다.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며 외국어에 관련된 일을 하며 살 것이라 생각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3개 국어는커녕 외국어 한 개도 마스터하는 것은 정말 많은 시간과 품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3개월 만에 원어민 되기, 하루 10분으로 영어 정복 등등은 믿고 거르면 된다. 3개월 동안 영어 습관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외국어는 끝이 없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잘되나 싶다가도, 어떤 날은 모조리 다 까먹어버린 느낌이 든다. 영어를 하고 있노라면 일본어가 저 멀리 간 것 같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노라면,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외국 가서 공부할 일도 없는 사람이 외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외국어로 밥 벌이 하는 것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끝도 없는 공부는 때려치우고 밥 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된다 싶어 완전히 접게 되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외국어에 대한 미련과 여행 가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외국어 실력이다.
30대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육아는 출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힘들었다. '애 볼래 밭매러 갈래' 하면 밭매러 간다는 것도 십분 이해되었다. 이 모든 것을 미리 알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현명하게 느껴졌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외국어 공부를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아기를 보면서 무언가를 하느니, 스트레스받지 말고 아이 생각만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포기하고 넣어 두었던 꿈은 없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아있었다.
적성에 맞든 안 맞든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지 않으면 언제나 미련이 남고, 열심히 살지 않은 대가는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
40대가 되니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지금이 아니면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취미로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그렇게 많이 하는데도 왜 영어를 못하냐며 주기적으로 사기를 꺾는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한다.
외국어 공부를 해도 지금은 취미 밖에 될 수 없다.
취미로 하기에 외국어 공부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비경제적인 활동 중 하나이다.
그 시간에 경제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는 편이 더 빠르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어쩌겠냐, 10대부터 숙원 사업을 아직도 못 끝냈으니, 외국어의 임계점을 넘을 때까지 해보는 게 목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여도, 이 지긋지긋한 공무원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때려치우고 한 일이 막상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아, 망하더라도 외국어는 어디로 가버리는 게 아니니, 또 다른 일을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고, 정 안되면 여행 갈 때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쓰는 내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바라는 모습이니 어느 것이라도 괜찮다.
내년에는 일본어와 영어를 같이 공부해 다시 JLPT N1을 따는 것이 목표다. 두 가지 언어를 같이 하려면 둘 중 하나가 너무 초급이면 안된다. 그럴 때는 그냥 하나의 언어에 집중하는 게 더 낫고, 어느 정도 올라온 후에 두 언어를 같이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다.
시간이 너무 없어 인간관계가 다 끊어지고, 부려먹을 대로 사람을 부려먹고 시켜주는 승진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 단점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다시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두 개 다 하려다 하나도 못할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내년 한 해도 영어와 일본어에 불을 태워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