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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Mar 28. 2023

엄마가 영어공부를 매일 하면 변하는 것들

일하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빼고 대부분의 시간은 영어를 공부하는데 쓰는 요즘(그렇게 해도, 주중은 2시간 정도, 주말은 3시간이 최대였다.)  자기 계발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매일하고 있는 영어 공부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영어로 인한 삶의 변화나 도움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영어를 쓸 일도 없으며, 시험을 대비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닌 언어로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들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절망감이 더 많이 찾아온다. 원서를 읽을 시간에 차라리 우리말로 번역된 책을 읽으며 나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미국 드라마를 볼 시간에 더글로리 같은 한국 드라마를 보며 사람들과 소통 능력을 높이는 것이 삶에 도움이 더 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자기 계발은 나만 계발하는 것이지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가족들은 또 어떤가? 영어 공부 한답시고 혼자 책상에 앉아 있자면, 남편은 그렇게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거면 하지 말아라, 어차피 어릴 때 잘하지 못했으면 언어는 지금 해도 안된다. 아이들이나 보고 집안일에 좀 더 신경 쓸 것이지 영어공부 한답시고 혼자만의 시간을 그렇게 많이 가지는 것은 학생 때나 하는 것이다. 왜 그때 했어야 되는 일을 지금 한다고 가족들한테 피해를 주냐며 핍박을 준다.


도대체 영어 공부한답시고 가족들한테 피해를 준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워킹맘의 공부란 돈이 되는 것이 아니면 눈치가 보인다. 이런저런 역경을 물리치고 명절이나 여행 갈 때 빼고는 매일 하고 있다. 언제부터 매일매일 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작년 9월부터 전화영어와 화상 영어를 시작했으니 그때를 기준으로 잡자.


작년 9월 전에도 매일매일 하려고 노력했었다. 쉐도잉을 매일매일 하면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하루에 1시간 정도 띄엄띄엄 쉐도잉을 하다 보니 전화영어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영어 업체를 찾아보며 레벨 테스트를 받았을 때는 거의 모든 업체의 테스트에서  upper-intermediate 정도의 레벨이 나왔다.

몇 년 동안 저 레벨에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기에 이번에는 정말 영어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자 매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장소 물색부터 했다. 어디서 공부를 해야 매일 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찾은 곳은 둘째 아이의 책상이었지만, 그곳도 변수가 많은 곳이라 변덕스러운 아이가 비켜 달라하면 언제든 접고 비켜줘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정해야 했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그 시간이 되면 그곳에서 책을 읽든지, 외국어 공부를 하든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었다.

사실 책상 주인이 아니기에 필기구, 책 등 공부하는데 필요한 용품들은 그곳에 없을 수도 있다. 그 전날 내일 하고 싶은 것을 미리 준비해두면 준비하는 시간과 다른 생각이 끼어들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찾으러 다니다 보면 산만해져 안 하게 되기 때문이다.


20분 전화영어로 시작했다. 20분이라고는 하지만, 예습하고 작문 과제를 하고, 오늘 주제에 관련해 나름 문장을 만들어 연습하면, 준비 시간도 1시간 정도 걸렸다.

엄마들이란 언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전화 영어를 하다가도 갑자기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수도 있고, 사고를 칠 수도 있고 해서, 처음 며칠 동안은 미리 아이들에게 공지했다. 지금부터 전화영어를 할 테니 조용히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아이들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전화영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조용히 뒤에서 자기 할 일을 하거나 문을 닫고 나간다. 전화영어를 안 하는 날이면, 왜 안 하냐고 이제 안 할 거냐고 물어보며 엄마가 전화영어 하면 똑똑해 보여서 좋으니 계속하라고 격려도 해준다.


화상 영어는 더 도전이었다. 20분이 아닌 1시간 정도이니 속옷만 입고 화상 영어 도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일은 없도록 아이들과 남편에게까지 부탁해야 했다. 말하기 1시간 준비하는 것만 해도 도전인데, 변수들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하는 것까지 해야 하니 첫날은 1시간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도 남편도 적응을 해서 처음 전화 영어할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거나, 뒤에서 자기 할 일을 한다.


그전에는 40대에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죄도 아닌데, 영어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 나이 되도록 늘지 않는 영어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지금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적응을 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비난을 해봤자 안 먹힌다는 것을 알게 되니, 영어 공부는 전보다 하기 수월해졌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말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인이다. 우리는 남의 영어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본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남의 영어에 대해서는 발음과 문법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한다.

하기만 하면 저 정도는 나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의 평가는 무시하기로 하고, 화상 영어 한 시간에 얼마냐고 묻는 남편과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영어에 진심인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고작 하루 1-2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란 것을 안다. 주위에 1-2시간 정도 영어에 투자하는 사람은 또 많이 없기에, 이렇게 하고 있자면 진심인데 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그래도 내 삶을 발전시키는데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퇴직 후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


영어공부를 매일 하면 내가 그 습관에 적응하고 아이들이 적응하며 남편이 그러려니 하게 된다.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습관이 되면 하게 된다. 올해 목표인 자막 없이 미국 드리마를 볼 수 있게 될지 매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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