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유성 Apr 17. 2024

#1 처음 시작, 모호한 게 정상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허공에 떠있는 기분으로 살았어요. 그러니 직장을 구해도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입사와 퇴사를 여러 번 반복했어요.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처음부터 저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철저하게 준비하는 법이 없었어요. 무엇이든 대충 하고 넘어가는 습관이 있었던 거죠.


  대충 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시간이라는 부산물이 생기죠. 업무를 빨리 끝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하면 별거 없어요. 바쁘게 쉬는 거죠. (게임이나 동료들과 수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일해야 성과도 나고 인정도 받을 수 있어요. 목표는 있었어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생존하자.


  학생 시절이 지나고 사회인이 되면서 제 삶이 실전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자각하지 못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언제나 배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았어요. 배우기만 하는 학생은 필요 없거든요. 짧게 배우고 바로 실전이죠.


  잘 풀리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자기만의 무기가 하나는 있는 거죠. 다른 사람보다 탁월하게 일을 잘하거나 평범하더라도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죠. 그런 사람들을 동경했고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자기계발에 빠지게 됐어요. 단어에서 풍기는 느낌은 멋지죠. 하지만 처음만 좋았어요. 유명한 자기계발책과 영상에 푹 빠져서 수년을 보냈어요. 그 속에서 답을 찾고 싶은 욕망이 있었거든요. 한순간에 나를 멋진 사람으로 변화시켜 줄 그 한 줄말이죠.


  못 찾았습니다. 아니요. 있었는데 것은 아니었나 봐요. 허무하고 속상했어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알았어요.  '목적 없는 자기계발에 중독'됐구나.


  서점의 베스트셀러 진열장이나 중고서점의 방금 고객이 팔고 간 책장을 보면 자기계발책이 정말 많아요. 아니 대부분이라고 해도 맞아요. 그런 서적만 팔리나 봐요. 지금 사람들의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거겠죠.


  최근에는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 책과 거리가 멀던 제가 자기계발책은 눈에 잘 들어왔거든요. 그게 글 읽는 습관을 준 것 같아요. 전보다 선명하게 잘 들어오는 게 느껴져요. 그래도 책의 중심소재가 자기계발인 건 더 이상 관심을 안 둬요.


  처음으로 돌아갈게요.


  목적 없이 사는 제 자신이 싫었어요. 변화를 꿈꿨죠. 그래서 자기계발 영상과 서적에 푹 빠져 살았어요. 중간 점검을 했을 때 제 상황이 변하지 않은 것을 알고는 실망했지만 얻은 것이 두 가지 있었어요.


하나. 목적 없는 자기계발의 중독을 깨달은 점과

둘. 다독하면서 책 읽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있어요.


  성공한 사람들의 말은 힘이 있어요. 그들 스스로가 증명했기 때문이에요. 압도적인 성과를 낸 거죠. 그런 사람의 말을 들으면 우리도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나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게으름을 이겨내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자기 안에서 동기를 찾아내지 못하면 여전히 타인의 성공 경험(감정)을 잠시 대여한 것뿐이죠.


  "왜 난 변하지 못할까?"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소수의 사람(축복받은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작은 모호하지 않을까? 문득 떠오른 이 생각이 좋았어요.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그 말을 제 안에서 찾은 거예요. 분명히 알고(계산) 시작하려던 것이 욕심이었어요. 변화, 그 대부분의 시작은 모호했던 거예요. 한 순간에 나를 변화시킬 마법은 없다고 깨달았어요. 그리고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어요.


  잠시 대여한 성공 감정이 아닌 저 스스로 발현하는 내면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몸이 가볍더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1 처음 시작, 모호한 게 정상이다.

작가의 이전글 [1]기억, 장면과 감정으로 느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