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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성 May 20. 2022

[1]기억, 장면과 감정으로 느껴요.

어린시절,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다른 버전의 삶이 내게 온 줄 알았는데, 역할만 달라졌나 봐요."


어느 날 저녁 퇴근 후 친구와 저녁을 먹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게 됐다. 특별히 어떤 장면이라고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데,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과거 내 모습을 천천히 떠올리며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이어갔다.


살면서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 자주 떠올리고 살진 않는데, 그날 대화에서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년 전 거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우리 동네.

지금 눈감고 상상해도 골목골목을 상세하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변화가 없고

여전히 거주하는 익숙한 곳이다. 그래서 곳곳에 추억이 가득하다.


'기억하다.'라는 단어로 생각을 이으니 무의식적으로 하나둘 떠오르는 장면들만 스쳐갈 뿐

어떤 중요한 흔적이 그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회상하면 여러 기억이 장면으로 떠오르는데

집중하면 그날의 나와 친구들이 영상으로 변환되고 소리도 들려온다.



무작위로 떠오른 기억 중에는 기억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생생한 것들이 있다.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소중하다고 챙겼던 것보다 내가 읽어내지 못한 중요한 메시지가 있나?


어릴 적 친구들 얼굴을 하나둘 떠올리면 무의식에 넣어둔 어떤 기억들과 서로 간의 고유한 감정이 고스란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처음 주먹다짐했던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고, 예쁜 반장에게 눈길도 못주던 나에게 '바보'하고 놀리고 싶고, 친구들과 먹던 급식이 그렇게 맛있었는데. 또 어린 시절 습관들도 거의 그대로인 것 같고.


허전하면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기억 속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시간을 가지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꼭 맞는 길을 안내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과거와 지금의 나 모두가 치유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 그날의 감정도 느껴보세요.

/ `22.05.2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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