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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성 Jul 29. 2024

[1] 퇴사를 번복하고 알게 된 것

다시 그 책상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퇴사를 하자!"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나도 모르게 그 말이 툭. 튀어나왔다.


"저는 여기까지만 하고 싶습니다..."


팀장님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최근 나의 표정과 근무 태도에서 충분히 드러났을 테니까.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면서 고객과 말다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날은 참을 수 없었다.


그 고객의 나를 향한 폭언에 나도 어느 정도 대갚음을 해주고 싶었다. 욕을 할 순 없으니 적어도 반말은 해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시말서를 작성했고 그것을 제출하는 자리에서 나는 사직서를 쓰겠다고 했다.


내가 사직서를 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졌다.


7년간 거의 변함없이 내 자리를 지켜왔기에 내가 떠난다는 소문에 몇몇 동료들이 먼저 연락을 주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다른 팀의 선배가 해준 말이다.


"용기 있는 선택이다."


이 선택에 용기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해준 선배가 고마웠다.


지금 하는 일의 방향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 들고 미래의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살고 싶진 않았다.


이런 생각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 일을 시작했던 처음부터 그랬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었다. 사무업무도 평소보다 힘들지 않았다.


부담과 책임이 조금 줄어들어서일까.


아니면 곧 떠나는 사람이니 대충 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오히려 일의 능률을 높인 것은 아닌가...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퇴사하는 날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내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사람을 구하고 다른 동료에게 내 일을 충분히 인계할 만큼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무책임하게 일을 놓고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팀장님의 호출은 없었고 그 사이 팀 회식에서도 내 퇴사 및 이후의 일정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이 없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었다.


그런데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부터는 집에 와서도 평소보다 에너지가 더 남아있었다.


그 힘으로 퇴사 후 가족여행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직업이나 기술을 배우는 등 찾아보는데 집중했다.


지금까지 경력을 쌓아온 길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찾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임금에 관한 것이다.


내가 지금 직장에서 받고 있는 돈은 사실 다른 어떤 직장을 가서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급여였다.


하다못해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풀타임 아르바이트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의 수준인 것이었다.


물론 정규직에 사계절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화이트 칼라로 일하는 것은 보기에는 좋은 장점이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면서 느낀 것은 사회 통념상 이 정도 일과 환경 그리고 낮은 전문성의 사무직 직원이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수준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규모와 업종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겠지만 해당 산업의 규모와 업종 내에서 수평으로 비교하면 그 또한 편차가 크지 않을 것 같았다.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다.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쌓여서 지금의 일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충동적으로 결정한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내 퇴사 결정의 어딘가가 분명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어디에서부터 꼬인 거지..."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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