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흔들리는 게 아니다.
내 손으로 사직서를 다시 되찾았다.
퇴사를 번복한 이유 중 하나는 좋은 동료들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나와 비슷한 맥락의 일을 반복작업하는 동료들이 좌우로 앉아있다.
교대로 쉬는 시간에 멀리 앉아 동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정신없이 일하는 탓에 화장실 갈 타이밍도 놓치고, 아침에 사놓은 커피는 얼음이 다 녹아서 맹탕이다.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일이니 향과 맛이 모두 날아간 맹탕커피로 목 축이는 모습도 나와 똑같다.
내 상급자들의 모습도 큰 맥락에서 보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다.
그렇게 일하다가 고개를 들면 점심시간이고 퇴근 시간이다.
생산직에서 30년을 일하신 어머니는 내가 깔끔한 셔츠에 타이를 매고 출근하니 덜 고생하는 줄 아신다.
이번에 퇴사를 고민한다고 말씀드리면 "괜찮은 일 아니니..."하고 말씀하실게 분명하다.
한 선배가 있다. 내게는 사수격 선배로 바로 아래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일도 잘하고 책임감도 강해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퇴사를 선언한 후에 어떤 점이 아쉬워서 떠나기로 결심하고,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나의 입장에 자신을 투영해서 생각해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퇴사를 번복하고 돌아왔을 때 선배는 내가 탈출하지 못함을 조금은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같은 조직에서 일하고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 더 잘하려는 욕심과 높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선배와 나의 가장 큰 차이는 '욕심'에 있는 것 같았다.
더 잘하고 싶고 나아가 조직 내에서 더 높이 멀리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같은 환경에서도 스스로 비전을 만든 자와 나는 여기까지라고 못 박은 자의 차이였다.
곧 8년 차가 된다. 중간 관리자로서 단순히 내 업무만을 하는 것이 아닌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체적인 조율 그리고 언제든 부족한 부분을 서포트할 수 있는 만능 역량까지 내게 요구되는 것이 많아졌다.
"다른 곳은 정말 다를까?"
"아니."
"다른 사람들과 일하면 다를까?"
"아니."
"내가 원하는 어떤 곳이든 지금과 같은 부담이 주어진다면 난 다를까?"
"결과는 같을 거야."
난 어디에서든 그럴듯한 핑계를 찾아서 쉬운 부분에서는 자만하고, 어려운 부분에서는 내게 맞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다시 돌아온 이곳은 나를 환대해 주었다. 잘 돌아왔다고, 떠나지 말고 함께하자고. 하지만 다시 퇴사를 결정한다면 그 결정은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다.
한 번 더 기회를 준 이곳에 감사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기로 한 내 결정에도 만족한다. 더 나아가 보기로 했으니까.
함께 고생하고 나보다 묵묵히 일하는 동료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나의 속마음을 그 선배에게 두서없이 떠들었다.
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대화의 마지막에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버티는 거야... 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