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유성 Sep 04. 2021

홀리면 내 것이된다.

그가 어떤 사람일지,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취미'를 묻는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질 때 자주 묻는 질문 중에 "취미가 뭐예요?"가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잠시 어색한 순간을 지나치고 싶어 물을 수도 있지만 이 질문으로 우리는 상대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다른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다.


'취미'는 다른 의미로 '즐기기 위해 하는 일'로 풀어서 말할 수 있다. 재미있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 피곤하지 않은 법이다. 우리 삶에서 강제성을 이끌어내는 책임과 의무의 사건들이 없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에 쓸 것이다. 그러나 삶은 신비롭게도 우리를 한없이 원하는 것만 하게 두지 않는다. 즐거움이 계속될 것 같을 때 권태가 오고, 거리를 두게 되며,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무엇이 그토록 즐거웠는지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럼에도 시기에 적합한 취미를 두루 경험하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사는 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무엇에 진심으로 빠지게 되면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아무리 말해도, 탈출구를 마련해주어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빠진 대상이 무엇이 되었건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취미는 몰입하여 즐거움을 쫓는 시간으로 그 순간에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다. 음주, 흡연, 도박을 취미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즐거움과 잠깐의 일탈을 경험하는 점에서 의미를 확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연애할 때 잘 보이려고 처음 금연에 도전했고, 물론 실패했고, 최근 두 번째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가 가장 고비다. 머릿속에 오로지 담배 생각만 떠오르고, 도무지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다. 그 시기를 이겨내면 이제 폭발하는 식욕과 수면욕이 따라온다. 그동안 금연한 기간이 아까워 더 지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방심한 찰나 다시 흡연하게 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흡연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비흡연자에 비해 암 발병 위험이 수십 배가 높다고 경고를 해도 직접적으로 건강의 심대한 위험을 경험하지 못하면 자발적인 금연 성공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흡연을 하면서 가장 아까운 것은 돈도 시간도 아니다. 흡연에 적합한 장소를 골라내는 안목이 생겨난 그 열정이다.


한두 번 가볍게 시도해보는 취미가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취미에 임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보면 보통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 취미에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서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소망하는 것을 오랫동안 마음속에 그려서 간직하고 있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보고, 만지면 결국 내 것이 된다는 비밀의 주문처럼 들린다. 우리가 꿈꾸는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에 품은 기대감만큼 일상에서 반복하고 있는 습관을 돌아보면 좋겠다. 그중에도 즐거움을 느끼는 취미와 반복되는 소일거리가 우리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믿는다.


'귀신에게 홀려서'라는 말은 '의지와는 상관없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새로운 길 또는 파멸의 길을 발견한 것 같다. 관성의 법칙대로 제자리에 있으려는 의지를 억지로 높여 움직이면 마음이 불편하다. 즐거운 취미에는 의지가 들어올 틈이 없다. 강제성 없이 발 벗고 나서는 순간이 있다면 삶에 이미 깊이 관여하고 있거나 매우 소중한 무엇이다. 반대로 옳지 못한 것에 홀리면 그 고리가 떨어져 나간 후 본래의 위치를 찾기까지 백배의 노력과 어떤 축복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뼈는 잠잘 때와 쉴 때만 성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성장과 변화가 일상의 과제가 되어버린 세상이 강요하는 청사진이 아닌 우리의 취미에서 미래를 뒤적여보면 어떨까.


- 요즘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취미, 특기를 보고 지원동기와 잠재력을 연관 짓기도 한다는데, 취미에 관한 글을 쓰면서 여전히 이력서의 취미란은 난제.

/ `21.9.4(토)


작가의 이전글 투자는 일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