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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승희 Jan 29. 2023

떡볶이 장수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떡볶이 장수






"갑자기 뭔 떡볶이 가게야?"


수영선수 코치로 각종 대회를 평정하던 그는 느닷없이 요식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인수 후 일을 배우기 위해 벌써 두 달째, 쉼 없이 출근을 해온 그는 다른 것 보다도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게 자영업에서는 가장 어려운 일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이게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중략)



평일엔 본업을 지켜야 했으므로 나는 금요일 퇴근 후부터 일요일 장사까지 일손을 보탰다. 퇴근을 하고 나면 회사 앞에서 신촌으로 가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했다. 초반엔 마치 어릴 적에 하던 요리게임처럼 흥미진진함이 더 컸다. 주문이 들어오면 내역을 확인하고 주방에선 조리를 시작했고, 홀에 있는 나는 포장을 하고 배달원에게 넘겨주는 그 일련의 과정이 딱 게임처럼 느껴져 즐거웠다. 처음이라 그랬다. …… 


평일에 사장과 단 둘이 가게를 지키는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 나오지 못하게 된 날, 사장은 혼자 가게 문을 열어도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 연차 좀 남았어. 연차 내고 떡볶이 장수하러 간다. 기다려라”

“나는 와준다면 땡큐인데 이게 맞는 거냐?”

“걱정 마라. 어설프게 도와주다 말 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어”  


'이왕 돕기로 마음먹은 거 매듭까지 잘 지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떡볶이 장수를 하느냐고 서울을 오가고 있단 말에 엄마도 ‘손을 댔으니 마무리까지 책임져야지’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며 ‘우리 엄마답네 하는 생각을 했다. 



(중략)



"고생했다. 이젠 떡볶이 장수 말고 그냥 떡볶이 맘껏 먹으러 와라"

"오.. 슬슬 체력에 한계가 오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겠다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떡볶이 장수.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내 친구이자 사장의 가게를 지켜내는데 일조했다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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