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승희 Mar 29. 2023

무지개다리 저편.

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일상이 퀘스트인 노가지의 기록


무지개다리 저편.






뎅뎅이가 떠나고 3년이 지난 때였다. 상대적으로 건강하다고만 느꼈던 휘르 역시 17살이 되던 해부터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이름을 계속 부르거나 다리에 힘이 없어 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디 병이 들어서 아픈 건 아니었으니까, 단지 세월의 무게일 뿐이니까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개도 사람도 다 나이를 먹는구나, 늙는구나 하며 시간의 덧없음을 느꼈다.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이 넘었을 작은 체구의 강아지를 보며 매일 짠한 마음이 드는 게 일상이었다. …… 외출을 할 때면 '아무도 없는 새에 녀석이 혼자 가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괜히 더 활기찬 목소리로 휘르를 부르며 집에 들어가면 거실에 축 늘어져 자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 몇 번이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지 모른다. 


"휘르... 그렇게 미동도 없이 누워 있으면 죽은 줄 알고 놀라잖아. 한 번 쳐다는 좀 봐줘라"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해야 한다' 주문을 걸듯 그렇게 계속 되뇌고 있었음에도 17년이란 시간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무거움이었다. 



(중략)



뎅뎅이를 보내줄 때처럼 '내가 곁에 있을 때, 집에 사람이 있을 때 보내줘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 통화버튼이 연결되자마자 휘르를 부르며 서럽게 우는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울음소리에 결국 꾹 참고 있던 슬픔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좀 어떠냐며 인사를 나누고 나니 휘르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고 했다.  …… 


"괜찮아요. 아침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요. 훌쩍거려도 그냥 모른 척해주세요."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조그마한 체구의 녀석이 공간을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했나 싶었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공허함과 적막함은 생각보다 너무 크고 강했다. 



(중략)



두 번 다신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자, 정 주지 말자, 이별은 옹이까지만 준비하자며 마음을 닫았던 식구들에게 찾아온 밝은 에너지. …… 아직도 우리는 해야 할 이별이 또다시 2번 남았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친구 뎅뎅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