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아로 Oct 09. 2021

501, 리바이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여러 답변으로 귀결됩니다. 특히 패션에서는 그 다양성이 부각 됩니다. 혹자 A는 ‘디자인은 산업의 산물이니 판매율이 높은 상품이 좋은 디자인이다’라고 할 테고, B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롭고 충격적인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라고 할 수도요. 또 C는 ‘봉제가 튼튼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좋은 디자인이다’라고, D는 ‘애초에 그런 건 없고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합니다.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데님 진’이 위의 주장들을 거의 충족하는 패션상품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봉제사 제이콥 데이비스는 주머니가 약해서 물건이 빠진다는 손님의 요청에, 모서리를 금속(리벳)으로 고정하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이후 그는 직물점을 운영하던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동업을 제안합니다. 곧 그들은 리벳에 대한 특허권을 갖게 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합니다.

리바이스사는 천막 소재로 사용되던 데님과 그들이 특허권을 가진 리벳으로 노동자의 작업복을 만들게 되고, 주머니에는 501이라는 일련의 제품번호를 붙이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청바지의 시초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현재 청바지의 고유명사가 된 5포켓, 리벳, 레드택, 뒤 허리 가죽라벨 전부 리바이스의 아카이브 입니다.

‘바지’란 하반신 전체를 넣는 상단과 다리를 빼는 두 개의 하부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의류’란 이러한 신체 구조상의 규칙이 있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기가 까다로운 카테고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재의 변화로 ‘청바지’라는 새로운, 그것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종류의 의복을 제안한 그들은 훌륭한 디자이너입니다.

*첫 문단의 혹자가 명명하는 좋은 디자인의 기준을 청바지와 대입해보면 알 수 있듯이요.

작가의 이전글 빛의 교회, 안도 타다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