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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인런던 Feb 22. 2024

00. Intro 노견과 영국으로 이민 갈 수 있을까?

강아지와 런던살이 (영국 유학생의 런던 정착기)

간단한 소개

나: ‘21부터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인간

쿠키: 초보 런더너 (한 달 차).

요크셔테리어. 만 13세. 6~7kg


쿠키와 함께한 지는 13년, 쿠키가 런던에 온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

쿠키와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 행복하고

쿠키를 런던에 데리고 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쿠키와의 여정을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적어보려 한다.



나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영국에서 남편과 함께 석사 유학을 시작했다.

해외석사는 꼭 하고 싶었고 영국은 워낙에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선진국이었으며 PSW(Post Study Work) visa와 같은 졸업 후 정착의 길이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되어 남편과 함께 영국에 오게 되었다.

석사 지원 준비도 열심히 했고 영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며 친구도 사귀고 영국 문화도 배우고 세미나도 열심히 참석하고 에세이도 열심히 썼다.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 있던 나는 시험 대신 에세이 제출하는 문화가 너무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한국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 그리고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영국에서는 배우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쿠키랑 떨어져 있는 시간이 사실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동생이 하루에 한두 번씩 보내주는 쿠키 사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쿠키는 원래 나, 동생, 엄마 셋이서 함께 돌보던 강아지이자 내 자식 같은 동생이었다. 나는 계속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내가 거의 대부분의 육아를 담당하다가 나의 욕심 때문에 직장에 가야 하는 동생과 엄마에게 짐을 준 것 같다는 죄책감이 상당히 컸다. 그와 동시에 내가 그의 인생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그의 하루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집에서 잠만 자는 게 당연해졌고 그런 쿠키에 대한 죄책감도 너무 컸다.


물론 집에 유기견 출신 포키도 있지만 포키랑 쿠키는 안 친하다.. 그렇다면 쿠키만 보고 싶었냐? 그렇지 않다. 포키도 너무 보고 싶었다. 실외배변만 하는 포키가 집에서 오줌을 참고 있진 않은지 불안했고 산책 한 번 나갔다 하면 1시간 넘게 하는 포키랑 산책도 하고 싶었다. 포키보다 쿠키에 대한 애착이 훨씬 강한 것은 포키는 믹스라서 그런지 매우 건강하고 쿠키는 항상 아팠기 때문이다.

쿠키에 대한 그리움에는 죄책감도 있었지만 그냥 너무 보고 싶었다.

나의 그런 갈망으로 인해 나는 세 달에 한번 꼴로 한국을 가게 되었다.

긴 비행이 힘든 줄도 모르고 틈만 나면 비행기표를 검색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쿠키를 봐서 좋긴 했지만 남편이 무척 쓸쓸했을 것이다.


석사 수업이 끝나고 논문 제출과 실제 졸업식까지의 텀이 있어서 남편과 함께 네 달간 한국에 들어갔다.

네 달 동안 쉬기도 하고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일의 인턴십도 했다.

제주도로 여행 간 4일을 제외하면 거의 쿠키와 떨어지지 않았다. 여의도에 출근하면서 매일매일 ’ 인턴 왜 지원했지?‘ 하며 후회하긴 했다.


그런데 영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니, 쿠키와 함께 영국에 가면 훨씬 좋을 것 같은 여러 지점들이 보였다.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짖음과 산책에 관한 것이었다.

쿠키는 겁이 많아서 두려울 때에 짖음으로 표현을 하는데, 영국에서는 강아지가 짖는다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강아지가 짖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런던은 유럽 내에서 도시 인구 대비 녹지가 가장 많은 도시일 정도로 공원이 많다. 그리고 강아지들이 공원에서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논다.

쿠키를 당장이라도 영국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강아지를 영국에 데려오는 모든 복잡하고 불편한 과정을 차치하고, 나의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쿠키를 무작정 데려갈 수가 없었다.


나는 이제 영국에 돌아가서 유학생 졸업비자 (PSW)를 신청하면 합법적으로 2년 동안 영국에 거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쿠키도 영국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은 2년이다.

2년을 위해서 만 13세인 쿠키를 영국에 데려갈 수 있을까

나의 욕심이 아닐까

나는 영국에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2년 비자가 끝난 후에는 회사에서 비자 스폰서를 해줘야지 영국에 남을 수 있는데, 내가 과연 그렇게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 고민이 많던 시기는 2023년 1,2월쯤이고

쿠키는 2024년 1월 영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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