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런던살이 (영국 유학생의 런던 정착기)
자신의 반려동물이 어리고 작다면 반려동물과 외국에 가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쿠키는 보통의 항공기 탑승 기준을 넘어서는 몸무게이기도 하고 (다 근육임)만 13세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에서의 생활도 안정화되어있어야 하고, 영국에서 쫓겨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있어야 한다.
생활 안정은 이미 북적이는 런던 중심지보다 공원을 좋아하는 나와 남편의 성향 덕에 산책할 공원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신식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던 덕분에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또, 차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편은 우리가 외곽에 살고, 중고차 시장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유를 들어 중고차를 구매했다. 이제 우리 집에는 쿠키만 오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국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을까? 영국에서 석사를 졸업했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은 무조건 보장된다. 하지만 2년 뒤의 미래가 막연한 상태로 쿠키를 데려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쿠키를 책임질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했다.
쿠키와 네 달 동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영국에 다시 돌아와 학교를 마무리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이때부터는 직업을 통해 나의 자아실현보다도 돈을 많이 주고 비자도 지원해 줄 수 있는 직장에 대한 갈망이 더 생겼다. 그러면서도 이제까지 공부한 게 아깝다는 생각에 완전히 포기하기도 어렵긴 했다. 완전 관련 없는 분야로 가기에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데 돈도 많이 주고 비자까지 지원해 주긴 어렵지 않은가
영국의 취업 시장은 어떨까? 전 세계 트렌드에 맞춰 영국의 취업 시장은 매우 좋지 않았다. 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여러 잡 포스팅에 지원을 했었는데, 그때는 간간히 인터뷰 연락이 왔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학기가 끝나지 않아 파트타임으로만 일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모두 거절당했다. 이제 나는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있는데 잡 마켓이 안 좋아지니 인터뷰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파트타임 알바도 하고 여러 경험을 하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내가 어떻게든 영국에 정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지내다 보니, 한국인 사장님의 사업체에서 비자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서비스업이라는 것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만 괜찮으면… 그래서 쿠키를 데리고 오고 나면 내가 한식당에서 일을 하더라도 죽기 살기로 비자 연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편이 받을 수 있는 글로벌 텔런트 비자가 있기 때문에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나와 우리 가족들은 쿠키의 영국행을 결정하고 나는 한국으로 가 쿠키가 영국으로 올 수 있는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이 과정은 매우 오래 걸리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자세한 과정은 다음 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