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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May 31. 2022

정작 고독한 건 백발이 아니라 식어가는 마음이리라

당송시대를 돌아보다 4_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당나라의 이백과 두보는 중국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시인으로 꼽는다. 시선詩仙으로 불린 이태백과 시성詩聖으로 칭송받은 두보는 동시대에 쌍두마차였지만 시작 스타일은 판이하였다. 

이백이 풍류를 즐기며 즉흥적으로 시를 지었다면 두보는 자주 고치고 다듬으며 완성시키는 편이라고 한다. 이백은 타고난 천재임에 비해 두보는 노력형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에도 명문으로 자주 인용하는 천재 시인의 시구를 음미해보기로 한다.


백발삼천장 白髮三千丈 

연수사개장 緣愁似箇長 

부지명경리 不知明鏡裏 

하처득추상 何處得秋霜

 

흰머리 털이 삼천 길이로다

근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거울 속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겠으니

하얀 서리는 어디서 내린 것인가


이 시는 이태백이 만년에 귀양에서 풀려난 후 안휘성 내에 있는 추포秋浦 호수에 와서 많이 늙어버린 자기 모습에 놀라 지은 시이다. 연작連作인 ‘추포음秋浦吟’ 17수의 오언절구五言絶句중 한 수이다.  

노인의 고독과 서글픔 등을 이태백은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 하여 다소 과장되지만 해학적으로 읊조렸다. 

추포의 북쪽에 있는 당도현이라는 고을에 이태백의 일가인 이양빙이 현령으로 있어서 그에게 말년을 의탁해 지내다가 62세의 나이에 생애를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양빙은 이태백 시문집의 편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흰머리의 길이가 삼천 길에 달한다는 백발삼천장은 그만큼 시름과 근심이 깊다는 걸 강조했음이리라. 낭만적이고 호방한  성품의 이태백은 사람들과 어울려 풍류를 즐겼지만 그의 말년은 쓸쓸하고 처량했다.

시선 이태백을 상징하는 명구절, 백발삼천장은 오늘날 힘없고 쓸쓸한 노인을 빗대는 뜻으로 쓰이거나 터무니없이 과장된 표현을 비웃을 때 쓰이곤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늙어간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쓸쓸하고 서글픈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다. 

전자의 서글픔을 위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또 세상에 대처하는 의지력 여하에 따라 같은 나이에도 노인으로 사는 사람이 있고, 청춘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죽기 하루 전까지 시상을 떠올리다가 세상을 등진 시인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요절한 거라고 한다면 이 역시 백발삼천장처럼 과장된 표현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57IwvEzT8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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