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영 May 30. 2022

목소리가 크면 소음만 들린다

당송시대를 돌아보다 3_ 마이동풍馬耳東風

이태백은 닭싸움 기술을 익혀 황제의 총애를 받아 대로를 활보하거나 오랑캐를 막는데 작은 공이라도 세워야 사람 노릇을 하는 세상에 대해 한탄했다. 그런 시절에 시인으로 살아가기란 고달팠을 것이다.  

당 현종이 투계를 좋아하여 당시 싸움에 이긴 닭을 바친 왕준이나 가창 같은 자들이 하나같이 기세 등등하게 거리를 누볐다. 이런 세태에 대해 이백은 ‘고풍’이란 제하의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거리에서 닭깨나 다루는 자들은 모자와 수레의 덮개가 휘황찬란하고, 무지개를 날려 보낼 정도로 콧김이 드세어 지나는 사람들이 두려워 슬그머니 피하는구나.’


왕거일 역시 이러한 세상을 서글퍼하며 혼자 술을 마시다가 친구인 이태백에게 속마음을 편지에 적어 보냈다. 



창가에 기대어 시를 읊고 글을 짓는다지만

일만 자를 지어도 술 한 잔의 가치도 안 되네

세상 사람 이를 듣고 머리를 흔드는 것이

마치 동풍이 말의 귀를 스치는 듯

물고기 또한 우리를 비웃으며

밝은 달과 같기를 바란다네



편지를 받은 이태백은 추운 밤에 혼술을 하며 수심에 잠겨 있을 친구를 생각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친구인 왕거일이나 자신은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재주가 없어 오로지 창가에 기대 시를 읊을 뿐이니 아무리 훌륭한 글을 쓴들 한 잔 물보다 값어치가 없고 사람들은 말 귀에 동풍이 스치는 듯 관심조차 없음을 읊은 것이었다.

동쪽에서 부는 봄바람은 부드러워 말의 귀를 스쳐 가도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한다. 이처럼 남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말을 빗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했다. 소 귀에 경읽기라는 우이독경牛耳讀經과 같은 뜻이다. 


자기 주관이 유독 강하거나 아집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틀에 사로 잡혀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 기법에 브레인스토밍이 있다. 혼자만의 구상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으며 어떤 사안을 해결하는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법이다. 

목소리가 크면 상대방의 말은 소음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잘 알다시피 경청이 웅변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cPcjxcBDPQ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