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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야 Feb 12. 2022

<바이엘>로 독서감상문을 쓰겠다고?

예측불가의 아이콘 둘째 아들


1일 1 독서시간


하루 한 시간 우리 집 독서시간. 첫째는 오롯이 책 읽기에 집중한다. 일주일에 한 번 논술학원에 다니므로 독후활동을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의 올해 계획에 '독서 후 감상문 쓰기' 항목이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굳이 입 아프게 떠들지 않아도 스스로 충분히 필요성을 느끼고 있구나 싶었다. 2월 중순이 되도록 감상문 쓰는 아이의 모습은 당최 보기 힘들다. 하지만 요즘 글쓰기에 푹 빠져 책상 앞에 앉으면 두어 시간씩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아이라 잔소리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아이는 <손도끼>, <완득이> 등 열네 살 연령에 맞는 책을 즐겨 읽는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년 전 6학년 동네누나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가 6학년 때 과연 300쪽짜리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는데 다행히 잘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방학인 요즘 짬짬이 첫째와  근처를 돌곤 한다. 한 바퀴 걷는데 20분 정도 걸리는 공원을 두 바퀴 돌고 난 후 아이가 원하는 음료를 마신다. 기껏 운동하고 칼로리 높은 음료 마시는 상황이 마음에 들진 지만 이렇게라도 아이와의 시간을 만들어간다. 공원  건너 인적 드문 카페가 있다. 카페에 들른 첫날, 빵 코너 옆 책꽂이에서 <손도끼>를 발견했다. 아이는 6학년 과학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라며 반가워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홀로 불시착한 주인공이 힘겹게 불을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고 읽어보라 하셨단다. 선생님 말씀을 한 귀로 흘려듣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니 기특하. 돌아오는 길 도서관에 들러 <손도끼>와 <비밀노트>를 대출해 왔다. <비밀노트>도 재밌다며 엄마도 한 번 읽어보라는 첫째. 책을 즐기는 아이로 커 주어 고맙다.



피아노 치는 둘째의

독서감상문


반면 이제 조금씩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둘째는 종종 꼼수를 부린다. 책이 읽기 싫은 날엔 내리 그림책만 읽고, 그마저도 싫을 땐 독서 대신 영어 듣기로 하면 안 되냐 흥정을 시도한다.  읽는 대신 지난 번 읽었던 책으로 독서감상문을 쓰겠다는 날도 있고,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엔 편지를 쓰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지난 화요일, 꾀돌이 둘째가 설거지 중인 내게 와서 뜬금없이 묻는다.


"엄마, 바이엘로 독서감상문 써도 돼요?"

"바이엘? 피아노 책 말이야?"

"네."

".... 어.. 그래, 피아노 책도 책이니까, 뭐. 안 될 거 없지."


작년 2월, 아이가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 했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피아노로 치고 싶다나? 그렇게 시작한 피아노 레슨이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간다. 남들은 다니던 예체능 학원 끊고 영어 수학에 매진하는 시기에 악기를 시작한 아이. (첫째는 석 달 전부터 기타를 배우고 있다. 비하면 빠른 편이랄까) 학교에서 리코더 배울 때 온갖 짜증을 내던 둘째가 주 5일 피아노 수업을 빠지지 않고 다니는 걸 보면 내 이지만 신기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아이가 바이엘 상(上)권을 마무리해 집으로 가져왔다. 그 <바이엘>로 감상문을 쓰겠다니 궁금증이 마구 밀려온다. 어떻게 쓰겠다는 거지?



제목: 어린이 바이엘 상권 (세광 음악 출판사)


이 책은 피아노를 배울 때 쓰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사용해 피아노를 잘 친다. 지금은 하권이다. (훨씬 어려움) 이것이 중요하다. 나라마다 음이 다름. 우리는 도, 시, 도 이렇게 사용하는데 이탈리에서 사용하고 제각각이다. 바이엘은 오, 왼 24번까지 있다. 바리에이션 8번 양손 43번 양손 배울 중간쯤 동요집을 시작한다.

난 이 바이엘이 잘 나와서 배우기 쉽지만 피아노는 얼마나 힘든지 넘어가야 할 순간이 있다. 난 이 책으로 배운 게 많다. 높은 음자리표, 온음표, 4분 음표, 점 2분 음표, 2분 음표, 낮은음자리표. (+음표 그림들)


2022. 1.15




반짝이는 아들의 세계


독서감상문이란?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자신의 생각 등을 글로써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 감상문이란 책이나 영화, 연극, 신문, 일상생활 등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감동받은 것을 작성한 글이다. 독서감상문은 책을 읽은 후 자신의 느낀 점이나 생각을 적는 글로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술한 글이다. 최근에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시, 만화 등으로 독서감상문을 표현하기도 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독서감상문이 별건가? 감상문이란 책과 영화 뿐 아니라 신문, 일상생활 등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글이라 하니. 피아노 책으로 독서감상문 쓰는 둘째는 어찌 보면 상당히 아방가르드한 것 아닌? 마무리가 애매하긴 하지만 책의 용도, 내용, 느낀 점까지 잘 썼다. 어떻게 <바이엘>로 독서감상문을 쓸 생각을 하지? 아들 바보 엄마는 그 발상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오늘도 그렇게 나는

반짝이는 아들의 세계를 여행 중이다.


두 살 때였나? 아이패드 광고만 나오면 달려들던 둘째



<상단이미지 : Photo by Eric Masu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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