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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Nov 14. 2023

속초 가는 길

고래가 사는 세상

지금이야 속초까지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던 3시간 안쪽 이면 도착 할 수 있는 곳이지만 내가 처음 속초에 간 것은 5.16 군사 혁명이 일어난 다음이니 1962 년 즈음인 듯하다. 그때 동대문에 버스 터미널아 있었는데 통행금지가 있던 때라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속초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근처 여관에서 눈을 부친 후 캄캄한 새벽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속초로 출발했다. 그때 버스는 강원 여객과 금강여객 둘뿐 인걸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대관령이나 진부령 코스를 다니는 버스 기사들이 한국의 베스트 드라이버 들이라고 인정했다 한다. 하여간 그때 지나간 곳이 한계령인지 진부령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꼬불꼬불한 산길을 수없이 돌고 돌아 동해 바다가 보이는 산정상에 버스가 도달하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와하는 탄성이 나왔고 또한 어디선가 마른오징어의 꼬리 꼬리 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나에게 스며드는듯 했다. 빠르게 비탈길을 내리 달려 속초에 도착하면 오후 한두 시경이었으니 서울부터 약 8시간 정도 달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 에어컨도 없던 시절 만석인 버스 속에서 한나절을 달렸으니 사람들은 녹초가 되고도 남았을 텐데 그때를 다시 생각하니 문득 동남아 지역의 그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에어컨 없이 창문을 열고 다니는 시내버스나 기차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옛날에 다그런 환경에 적응하면서 수박 한 덩이와 부채 하나 가지고 여름을 잘 지내 왔다는 사실을 옛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을 수가 없는 추억 속의 한 장면 일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왜 속초 어업조합에  근무하게 된 지는 잘 모르겠지만 군사정권 시절이라 아버지 육사 동기생이 현역 준장으로 강원도 지사를 하고 있을 때니 아마 그와 연관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을 해봤다. 그 후 여름 방학이나 휴가 때 몇 번 속초를 간 적이 있었고 또 아들이 고성의 철책선 근처 전방부대에서 근무할 때도 몇 번 속초 근처에서 머믄적이 있는데 그때 아들이 알려줘서 찾아간 곳인데 이름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가진항인가 하는 조그만 고깃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어항 근처에 광범이네 란 간판의 물회집이 생각난다. 평범한 시골집에서 나온 물회는 상상을 초월한 풍부한 해산물과 그 맛을  지금도 기억하게 되는 걸 보면 정말 괜찮은 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가끔 오징어 순대나 속초 중앙시장에서 택배로 주문해 먹는 가자미식해는 우리 어머니가 만드신 그정도 맛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그리운 맛이었기에 지금도 입맛이 없을때는 가자미 한 조각 밥 위에 얹으면 입맛이 돌아오는 듯했다. 그런데 요즘 속초를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안 좋은 얘기들 뿐이었다. 한마디로 눈탱이 맞고 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말들만 들리니 아름다운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품은 속초가 외지인들에게 외면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옛날의 순수했던 아름다운 도시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나의 진심 어린 마음이 그곳에 전해졌으면 한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동해의 겨울바다 와 투박한 사투리가 어울리는 그곳을 그리며  첫사랑 연인과 같이 그 기억이 내게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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