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새로운 노래 제목으로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그런 노래라 한다. 제목만 볼때 술이 싫다니 그 무슨 망발 인가라고 잠시 멈칫했다. 오래전 갑자기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그러면 앞으로 무슨 낙으로 살까 하는 미련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래 술이라는 친구가 남아 있으니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하며 금연을 단행했었다. 사실 술, 담배 모두 사람들에겐 해악하고 그 폐해가 많다는 건 누구나 귀가 아프게 들어 다 알고 있지만 아쉬울 때면 그들을 찾게 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단점이 있는 반면 장점도 있다는 단순한 내 주장의 예를 들자면 영화에서지만 미국 남북 전쟁당시 다친 병사가 수술 전 술 한잔만 달라고 하는 장면이나 월남전 때 총에 맞아 죽기 바로직전인 병사가 입에 담배 하나 물려달라는 그런 장면을 보더라도 술이나 담배 그런 기호품들은 오랜 세월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함께한 마누라 같은(?) 영원한 존재였다. 사실 살면서 원리 원칙 대로만 산다면 그건 정말 재미없는 인생이 될 거라는 생각 이다. 고속도로같이 편한 길만 달리는 게 아니라 때로는 오프로드도 힘차게 갈 수 있듯이 배낭을 짊어지고 오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스스로 를 시험해 보며 위로 받을 수 있는계기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리에 잔향(殘響) 있듯이 술과 여인 모든 사물에도 잔향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그와같이 잠시 스쳐가는 뜨내기 같은 그런 게 술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늘 매력적인 자태로 향을 머금고 내 곁을 지켜 주었던 그런 나의 영원한벗이었다. 그러기에 술이 싫어졌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술과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인지상정인 것이 결국 모든 것과 이별할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헤어짐을 섭섭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에 같이 지내는 동안만큼은 술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할텐데 음주운전등 술로 인한 사고 소식이 끝없이 들려오니 안타까울 뿐이다. 애초에 술과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미리 골라내는 방법 같은건은 없을까 하는 생각 까지 하게되니 말이다. 가끔 혼자 술잔과 마주 할때면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술때문이라는 말은 지워버리고 즐거웠던 기억만 간직 하자는 마음의 잔을 전하고 있다. 또한 술과 함께 세상을 살다 좋은 글을 남긴 송강 정철 이나 후대의 시인 중 공초 오상순이나 명동백작이라 불리던 박인환의 시를 좋아하는 것도 술에서 비롯된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비록 오래전일이지만 명동 어느 스탠드바에서 조니 워커에 카멜 담배를 물고 그 느낌과 공간을 함께하고 싶어 그의 흉내를 내본적도 있었다.싸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보이던 토스카나의 그 포도농장에 묻혔으면 했던 마음이나 시골장터의 선술집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그런 모습을 그리는 이런 모든 생각들은 결국 술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쪽하늘 노을이 붉게 물들면 목마른 나를 부르는 친구, 어여뿐 술잔과 함께 한잔 또한 잔 이러니 너와 헤어질 수가 없구나.
시월의 첫날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