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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Oct 23. 2021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추방당한 문학가들의 힙

정지돈, 금정연, 오한기 중 한 사람이라도 좋아한다면 당신은 문학 힙스터다. 그래도 금정연은 서평가로서도 활약했었고, 맛이 나는 글을 쓰기 때문에 한 번쯤 눈에 띄었을지도 모른다. 오한기는 글쎄... 일단 소설을 읽어보려는 시도는 할까? 주변에서는 그를 천재라고 한단다. 그렇지만 유명세에 비해 소설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정지돈. 정지돈은 참... 그의 소설은 결코 한국 소설 입문용으로 추천하지 못하겠다. 애초에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어려운 한국 문학을 쓰는 게 정지돈이다.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위 세 작가가 책을 내면 그래도 알아먹을 수 있을까... 괜히 기대하며 집게 된다.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은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쓴 정지돈의 에세이라지만 뜯어보면 도시와 공간에 대한 단상 위주다. 발터 벤야민, 로베르트 발저, 로베르트 볼라뇨를 연상시키는 도시 산책자의 일상. 아, 근데 이미 이런 내용을 이해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그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나 싫어할 텐데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자본주의를 비판하듯 비판하지 않는 정지돈. 그 기준에서 금정연은 왼쪽에 있고 오한기는 오른쪽에 있나. 에세이를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지돈 굿즈고, 아마 문학 힙스터 입문으로는 좋은 교보재가 될 것이다.


어쨌든 정지돈은 도시에서의 삶을,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기록하려는 사람이다. 근데 알고 있는 게 많고, 떠들고 싶은 게 많고 그저 모든 것이 TMI가 될 뿐. 어쩐지 그것도 나름대로 연결지어보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근데 그 의미를 파악하고 싶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그저, 아 이 사람 이렇게 많이 알고 똑똑하구나 싶은 거다. 만일 인문학을 집성한 빅데이터 AI를 만나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그래도 그에 비해서는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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