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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Oct 25. 2021

『뒤라스의 말』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뒤라스다. 뒤라스는 『연인』을 인상 깊게 읽은 뒤 여러 작품을 읽었지만 크게 흥미를 못 느꼈다. 그러다 신유진 작가의 『고통』 강연을 듣고 난 후 다시 뒤라스의 글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태평양을 막는 제방』과 함께 이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인터뷰집 자체는 생애를 짧게 다루고 뒤라스의 작품론 내지 예술론를 중심으로 다룬다. 사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이기에 그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려진 사실일 테니 책의 내용은 대부분 심층 인터뷰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지만 그를 모르는 한국 독자로서는 읽지 않은 작품이나 모르는 뒷배경이 많아서 그 부분은 아쉽다. 일반 독자보다는 연구자나 뒤라스의 팬, 문학가들이 읽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뒤라스 하면 자기고백의 글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 사실이고, 진실일까. 『연인』에 대해서는 거의 사실이라고 하니 가히 파격적이다. 『연인』에서도 묘사되다시피 그의 가정은 풍족한 편은 아니었다. 거기에 더하여 어머니의 히스테리도 영향을 주었으니 평생에 걸쳐 사랑과 글쓰기에 집착하게 된 게 어쩐지 당연한 귀결 같다. 추후 68혁명 때도 앞장섰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유를 옹호한 사람에 가까웠다. 뒤라스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조르주 바타유와 밤거리를 쏘다녔다는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렇지만 이것도 젊었을 때의 일이지, 나중에는 집필에 더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뒤라스의 문학론은 한 마디로 나타낼 수 있다. “금지된 것을 똑똑히 드러내는 것.”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나 그런 작업은 뒤라스였기에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다시 한 번 곱씹는 것도 좋을 것이다.


『뒤라스의 말』


내 불행도 계급의 불행이 되었고요. (39p)


정치적 유토피아가 아닌 그냥 유토피아를 믿은 거예요 (44p)


『연인』은 소설이고, 그걸로 끝이에요 (67p)


한트케에겐 남녀 사이에서 진짜 죽음의 병이란, 감정의 결여일 뿐이에요 (72p)


우리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절대 특별하지 않아요. 우리가 바라듯 일정하지도 않고요. 다채롭고,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의 의식 속에서 영원히 반향을 일으키죠. 메아리처럼, 강물의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고 시시각각 서로 교차되면서, 우리의 과거에서 미래를 오가는 거죠. (92p)


사람들이 왜 글을 쓰는지는 나도 잘 몰라요, 어쩌면 유년 시절의 고독 때문이 아닐까요. (94p)


모든 작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에 관해 써요 (95p)


남성의 글쓰기에는 관념으로 너무 무거워진 문체만이 느껴져요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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