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사랑을
벌써 신년의 2월, 이렇게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서둘러 책을 한 권 읽어냈습니다.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그녀의 책은 처음인데, 가격에 비해 무척 얇고 작은 책입니다. 책에도 가성비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같은 가격이면 두툼한 책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월급쟁이 아저씨의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금세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록 촘촘하고 꽉 찬 문장이 있을까 싶은 이 책은 어느 한 줄 허투루 읽을 수 없습니다. 페이지를 채우듯 의미 없이 쓰이는 글은 전혀 없이 오롯이 필요한 이야기로 채워져 천천히 여러 번 읽어내야 하는 글입니다. 물론 번역본이기에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원문의 뉘앙스와 문장의 미적 가치를 아쉬워하며, 이 책이 우리나라 작가를 통해 쓰였다면 더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은 한 소녀가 잠시 맡겨진 동안의 일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과연 아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알 듯 우리에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낳은 사람이 부모인지, 키운 사람이 부모인지에 대해 극단적인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가족 간에 필요한 관심과 애정의 중요도를 깨닫고 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듯, 아이도 나를 키워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부모와 자식은 서로 사랑해야 할 수밖에요. 그런 점에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떠오르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아이와 대리 양육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제 아이를 키우던 때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너무 작고 귀엽던, 때론 말썽을 피우지만 이내 너무도 사랑스러운 존재인 아이, 언제나 품에 안고 어디든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의 아이. 저 역시 다리 위에 아이를 앉히고 간식을 먹이며 끌어안고 있는 것을 좋아했기에, 어느 구절에서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의 끝에서 해석이 복잡한 문장을 다시금 곱씹다가 과연 그것이 중요한 일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저 가상의 아이가 행복하길 빌었습니다. 이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기에 부디 어느 곳에서도 불행한 아이가 없길 바라며, 이 책의 내용을 압축한 한마디를 모든 부모에게 전합니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