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핏에 맞는 청년이 없다 하고, 청년들은 갈 만한 기업이 없다고 한다.
회사의 CEO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다듬은 언어로 전달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도, 사적인 자리에서 '요즘 세대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솟구친다.
왜일까? 왜 이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단 그전에, 정리를 해야겠다.
여기서 청년은 나와 같은 사람을, 당신 혹은 어른들은 나의 건너편에 서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읽다 보면 내 입장에서 쓴 글에 공감할 수도, 어느 부분에 한해서는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정답이 없으며, 개인적인 견해가 가득 담긴 글이다.
근데 일이 '자아실현의 목적' 그 자체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이 '자아실현의 목적'이 된 사람들은 나와 비전이 맞는,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다. 반면, 일이 '자아실현의 수단'이 된 사람들은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직장을 찾는다. 높은 복지(워라밸) 혹은 높은 수준의 연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러니 요약하자면 직장을 통해 스스로의 비전을 찾아나가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직장에서 얻어진 환경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의 성취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 꿈이나 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세대에 대해 비판은 뭐가됐든 요약 해보자면, 과분한 연봉을 바라더라, 도전 정신이 없더라, 등이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요즘 세대가 당신의 회사를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의 회사에서 요즘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돈인가, 비전(꿈)인가?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주고 있는 것이 맞는가?
어정쩡한 돈과 어정쩡한 비전으로는 안된다. 연봉이 높지 않아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회사는 함께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동료를 구할 수 있고, 연봉이 높은 회사는 회사의 비전을 함께 실현시켜줄 수 있는 인재를 구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은 꿈과 돈을 모두 제공하는 '꿈의 기업'들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옛날 꿈의 기업=대기업 공식은 깨졌다. 이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업 문화와 분위기가 공개되어 있고, 개인마다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기 때문에 내 꿈의 기업과 내 친구의 꿈의 기업은 다를 수 있다.)
이야기하다 보면 꿈을 꾸고 싶어 하는 청년들(a.k.a 요즘 세대들)이 참 많다.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는 '나와 비전이 맞는 회사가 있다면 내 몸을 갈아서라도 일을 할 텐데'인데, 그들에게 연봉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얼마나 이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고, 이 회사의 가치와 공명할 수 있는지가 주요한 고민거리이다.
그러니 요즘 세대가 과분한 연봉을 바란다는 것은 맞지 않다. 도전 정신이 없다는 것도 맞지 않다. 누군가는 그럴 수 있으나, 이는 '세대'로 묶일 수 없다. 오히려 요즘 세대는 개인의 성취가 중요하다. 돈은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얼마든 벌 수 있다. 당신이 비판하는 나이브한 요즘 세대는 내 한 몸 바쳐 책임져야 할 가정을 갖지 않기로 선택한 비혼과 딩크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개인의 성취를 추구하며, N 잡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다양한 일들을 하고, 가상 자산과 실물 투자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는 세대다. 바꿔 말하자면 이제 단순 연봉으로 일을 시킬 수 없는 세대다. 그런 세대를 싸잡아서 도전 정신이 없다니?
당신은 당신 혹은 당신의 친구가 하는 회사가 '도전 정신을 갖춘 요즘 세대'에게 인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제시하고 있는 '비전'은 개인의 비전과는 아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혹은 그 비전을 전달하는 방법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실패를 요즘 세대의 탓으로 돌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회사의 가치를 키우고 구성원들과 회사의 비전을 같이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방법일 것 같다.
왜 저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알 것 같다. 나도 주변에 그러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뭐 돈을 많이 주니 개발자로 전향한다던가, 무조건 대기업에 가고 싶다던가 하는 사람들. 그러니 어른들이 말하는 요즘 세대가 어쩌고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도 있으니까.
누군가는 분명 자신의 가치보다 높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구나 내가 높은 가치이기를 바라지 않는가? 더 높은 연봉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이 왜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개발자로 전향한다는 게 왜 나쁜지 모르겠다. 큰 기업에 가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것이 어디가 잘못된 일인지 모르겠다.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 그로 인한 결정과 모든 선택들은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줄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애초에 원하는 바가 달랐던 모양으로, 서로 인정하고 갈 길가면 그만인 것을. 도대체 왜 요즘 세대 어쩌고 가 붙는 건지.
"우리 회사는 돈이 없어서 비전을 제시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높은 연봉만 보더라."인지, "우리 회사는 돈이 많아서 좋은 인재가 있다면 얼마든 영입하고 싶은데, 요즘 진짜 인재가 없더라."인지.
첫 번째라면, 당신이 우리에게 명확히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타인의 꿈이 나의 꿈 위에 세워진 기업의 비전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전을 잘 전달하고 깊이 공감하는 누군가를 찾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번째라면, 당신이 영입하고자 하는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도 영입하고자 하는 인재일 것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결국 한정된 자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구조이다. 기업은 같은 돈을 써서 더 좋은 사람을 영입하고 싶고, 개인은 같은 시간 동안 일해야 한다면 더 높은 연봉, 혹은 더 좋은 환경이나,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이러한 시장 경제에서 내가 얻지 못했다고 상대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저 더 열심히, 묵묵히, 성실하게, 내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수밖에.
참고로, 요즘 블러핑 되어있는 사람을 많이 본다. 내실 없이 뭔가 화려한 사람들. 그러나 그 또한 거짓이 아니면 그만이고, 실력이 없으면 같이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이는 요즘 세대의 특성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따른 인간 본성이 아닐까? 고정관념 없이 사람의 본질을 보는 눈을 키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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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적인 자리에서 어른들에게 '요즘 세대' 답지 않게 대들지 못한, '요즘 세대'인 내가 나만 아는 공간에 남기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도 지나쳐 온 '그 세대'를 보다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의 세대와 그대들의 세대를 구분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