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오렌 Jan 03. 2024

94days_the third

#1일차.뱅쇼는 처음이라

뱅쇼가 유행이다.

그래서 밀키트를 구매해 보았다.

몇 년 전에 선물 받은 와인을 꺼내본다.

하나는 2019 하나는 2020이라고 적혀있다.

2019라고 쓰여있는 프랑스와인의 코르크마개를 따서 그대로 냄비에 쏟아부었다.

팔각, 정향은 향이 너무 강해서 망설여지는 탓에 넣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호불호가 있다고 한다.

내용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20분 이상 끓이라는 설명대로 열심히 끓였다.

기다리기가 지루하여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시간이 흐르고 냄비 안을 확인하니 맙소사_!!!

한 병의 와인은 한 컵이 되어 있었다.

알코올만 날린 게 아니고 술도 같이 날려버린 것이다.


국자로 잘 떠서 겨우 한 컵 따라놓고 계피스틱을 담가보았다. 오렌지를 하나 건져서 담가보았다.

도저히 기록할 수 없을 만큼의 참담한 비주얼이다.

계피스틱과 오렌지를 건져내고 한 모금 마셔본다.


호로록~


경건한 순간이다.

처음 마셔보는 뱅쇼, 그것도 내가 직접 끓인 뱅쇼라니~ (비록 밀키트라 할지라도)

인스타감성이 아니면 어떠랴.

맛만 있으면 되지.


시큼했다.

시큼한 포도맛에

시큼한 오렌지에

시큼한 석류맛에

계피맛까지 더 해진 건강한 맛.

무화과와 사과의 달달함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꿀을 섞고

설탕을 섞고

올리고당까지 섞고 나니

그나마 마실 수 있었다.


내가 잘 못 끓인 것인가.

원래 뱅쇼란 이런 맛인 건가.


따뜻한 와인이라는 뱅쇼를 한 컵 뿌시고 나니 몸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지긴 했다. 이래서 뱅쇼뱅쇼~ 하는 거로구나.


나는 내일 당장 어느 커피숍이건 가서 뱅쇼를 주문해 볼 생각이다. 남이 만든 뱅쇼를 맛보고 나면 오늘 나의 뱅쇼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