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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Mar 19. 2024

조정석과 장미 한송이

이 이야기는 '꿈'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집회같은데 참여하러 가고있었다. 예전에 서이초 때처럼 선생님들이 모여서 뭔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그런 집회였다. 어떤 남자가 내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나는 애도 있는 아줌만데 내가 좋다고? 그 남자는 진지하게 혼자 설레고 있었다. 어떤 언니가 와서 나에게 물었다.


"그럼 넌 누가 좋아?"


나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난 조정석."


그리고는 조정석이 좋은 이유를 몇가지나 댔다. 능글맞음도 웃음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건 뭔지 알아? 잘 안 될 걸 알아서 마음껏 좋아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랬더니 그 언니가 그랬다. 조정석은 진짜 아니야. 너가 걔를 잘 몰라서 그래. 여튼 나는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골목에 꽃집이 3개가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줄 빨간 장미 한송이를 사고 싶었다. 장미는 어느곳에나 있겠지 하고 걸어가는데 아무리 봐도 첫번째 꽃집에서 본 빨간 장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첫번째 꽃집에 갔다.


꽃집의 주인은 할아버지였다.


"저걸로 주세요."


할아버지는 장미 한송이를 마치 예술작품처럼 꺼내서 몇번이고 자른 뒤에 붓으로 액체를 발라 데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그 꽃을 넘겨주었다.


"23만 6천원입니다."

"네? 뭐라고요?"

"23만 6천원이요. 컷 하나에 6천원씩이고 23만 6천원이 맞아요."


나는 가격을 듣는 순간 벙 쩌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꽃을 잘랐고 예쁘게 포장까지 했다. 지갑을 열어서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봤다. 지갑에는 오만원짜리 만원짜리가 섞여있었고 싹 모아서 낸다면 딱 23만 6천원을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미꽃 한 송이에 23만원이라니. 말도안되지 않는가!

망설이자 할아버지는 나를 나무랐다.


"그러니까 물건을 사기 전에 가격부터 물어봤어야지."




엄마는 금방 온다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돈을 내지도 그렇다고 그냥 돌아서지도 못하고 꽃 가게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그래 가격을 물어보지도 않고 산다고 했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앉아있는데. 엄마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역시나, 나처럼 가격을 물어보지도 않고 앞에 섰다. 할아버지는 내게 주려고 준비했던 꽃을 그대로 쓰레기 통에 버리고 그것보다 더 큰 여러송이 장미를 쥐어 다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귓가에 샹송이 들려왔다. 꽃집 직원들도 프랑스어를 쓰는 것 같았다. 여기 뭐, 프랑스에서 유학이라도 하고 온 꽃집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할아버지가 만든 장미꽃다발이 완성되었다.


"9000원이요."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그 돈을 받고 꽃을 팔았다. 엄마는 '고맙습니다.' 하고 가게를 나서며 나를 찾았다. 맥이 풀려서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겨우 일어나서 엄마를 따라 갔고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눈인사를 했다.


꿈이었다.




뭐 이런 생생한 꿈이 다 있담. 화장실에 가는데도 장미꽃과 그 막막한 감정이 떠올랐다. 하긴 미녀와 야수의 아버지도 딸에게 장미 한송이를 주려고 꺾었다가 모든 일이 일어났지.


나는 그렇게 일어나 양치를 했다.


* 사진: UnsplashTimothy Dy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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