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
오늘부터 집중해서 글쓰기에 들어가려고 한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첫 번째이다. 남은 시간을 글쓰기에 전념한다면 얼마나 많은 글을 써낼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일단 초고를 완성해야 한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멀기도 하겠지만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알맞은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 자신을 믿어 주어야 한다.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프로 작가라는 사실을 믿고 몰두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다. 소설가라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프로 작가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하나하나의 작은 것들이 충분히 큰 것이 될 수 있도록.
36일 동안 제대로 집중해서 작품을 완성해 보자.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몰아붙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나를 몰아붙여야 한다.
지금까지 항상 실패했지만, 또 다른 실패를 할 수는 없다. 물러날 곳도 없다. 직업도 없고 수입원도 없다.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한다.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한다.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시기에서 흐름을 잘 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생은 파도타기이다. 해야 할 일은 그 파도를 잘 타고 기분 좋게 넘어가는 것이다.
기분 좋은 넘김. 그게 중요하다.
뮤지컬을 준비했을 때 어땠는지 기억해 보자. 우리는 단 3일 만에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니까 단 3일 만에 나도 나의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아마 올 한 해의 정점을 여기에서 찍게 될 것 같다. 이게 2025년 마지막 도전이다. 집중을 무너뜨리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있지만 이제는 거기에 넘어가지 않겠다. 자신과 약속하겠다.
나는 소설가다. 나는 내 인생을 걸고 작품을 쓰고 있다. 나는 내 글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고 특히 오늘을 시작으로 3일 동안은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집어넣어서 글을 써 볼 것이다. 비록 내 마음에 다 차지는 않을지라도 최선을 다해 즐겨볼 것이다.
모든 고민의 시간들이 결말에 닿고 마침내 하나의 작품이 된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소설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감정, 생각 느낌들을 그 안에서 풀어갈 것이다. 나는 평화와 사랑을 노래할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 소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