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무의 은밀한 사생활? 직장 내 불륜 대처법
최 이사 : 대표님, 긴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나 대표 : 무슨 일이죠?
최 이사 : 박 상무가 총무팀 신입 직원과 아주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팀 직원이 현장을 직접 봤다고 하네요.
나 대표 : 사실인 게 확실한가요?
최 이사 : 네. 알아보니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 대표 : (흠, 박 상무... 박 상무가 없으면 회사에 피해가 적지 않겠지? 바로 내보낼 수도 없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 조직에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거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례 속 박 상무처럼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관계를 가진다면 아무래도 곤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기업 내에서 이런 일이 꽤 자주 일어난다는 겁니다. 종종 회사가 직원의 사생활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연애가 아닌 부적절한 관계, 특히 고위급 리더의 부적절한 사생활이 소문난다면 조직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먼저, 조직 내 리더십 전반에 문제가 생기는데요.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생활 때문에 그렇지 못하게 되면 공적인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겠죠.
두 번째로, 회사와 구성원 간의 믿음이 약해집니다. 불륜처럼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좋은 자극적인 사건은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죠. 그러면 ‘저 여직원이 곧 승진을 할 거라더라’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더라’ 라는 식의 근거 없는 가십들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구성원들은 조직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이 생겨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회사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자칫 언론에 이런 일이 알려지면 고객들의 눈에 좋게 보일 수가 없으니까요.
가급적 빨리 퇴사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내 불륜을 일으킨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훨씬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미국에서도 고위급 임원의 부적절한 사생활은 징계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윌마트의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었던 줄리 로엠은 직장 부하직원과의 스캔들로 인해서 해고되었으며, 보잉의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 역시 여직원과의 스캔들로 인해서 사직서를 내야만 했죠. 다시 말해, 사내 부적절한 남녀관계는 증거를 찾아 해당직원을 내보내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꼭, 정말 꼭 필요한 인재라서 내보내기가 너무 아깝다면, 그래서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전 세계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해당 상황을 해결한다는 관점보다는 치료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라고 말했는데요.
문제를 해결 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당장 상황을 덮어두고 더 이상 커지지 않게 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그래서 해당 임원을 잠시 휴직시킨다거나 부서 이동을 시키고 직원들의 입 단속을 하는 정도의 해결책만 나오게 되죠. 그러면 해당 임원은 “이런 짓을 해도 능력이 있으니 괜찮구나”라는 오만에 빠지게 될 수도 있으며, 직원들 역시 회사가 상황을 덮는 것에만 급급하다며 더 깊은 불신을 안게 되죠. 즉, 언제라도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겨두는 셈이죠.
당장 해고하기 어렵다면, 치료의 관점으로 접근하라!
그러므로 이미 일어난 문제를 덮기보다는,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들어 조직에 미칠 피해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야 합니다.
첫 번째, 최대한 빨리 사건의 파급 규모와 피해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강력하게 경고하세요.
미국의 경영 컨설팅사 클라인 어소시에이츠(Klein Associates)의 CEO 프레다 케이퍼 클라인(Freada Kapor Klein)은 빠르게 진상 조사팀을 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데요. 진상 조사팀은 회사 내 불륜 사실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또한 이 사실이 회사 밖으로 알려졌을 때 회사에 어떤 피해가 올 수 있는지도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예측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CEO는 이를 근거로 특정 조치가 어떤 여파를 불러 올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당신의 부적절한 사생활이 회사에 이러이러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으니 같은 일이 또 발생할 경우 가차없이 해고를 하겠다'고 경고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근거가 있으니 당사자는 회사가 사생활까지 간섭한다는 반감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두 번째, 직장 내 성 윤리와 관련된 강력한 사내 규정을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문제가 된 직원에게 경고를 주었다고 해서, 이미 많은 직원들이 불륜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데 아무런 변화 없이 사건이 종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은 ‘저 정도 일을 저질러도 경고 정도로 끝나는 구나’라며 불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고, 무조건 문제를 덮으려는 회사의 모습에 반감과 불신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한데요. 세인트 토머스 대학교(University of St. Thomas)에서 기업윤리를 가르치는 데럴 코언(Daryl Koehn)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성 윤리와 관련된 강력한 사내 규정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가령, 남녀간 불륜관계가 밝혀졌을 때 어떤 징계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 확실하게 정해서 공표하고, 리더들이 나서서 이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 사람이 사내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마지막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에는 ‘CEO라면 사생활도 업무의 일부이니 이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리더의 사생활이 조직에 큰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죠. 사내 불륜을 알게 되었다면 가차없이 해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보내기 아까운 인재라거나 해고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해결'보다는 '치료'의 시선으로 접근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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