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 운수
하지만 다른 회사의 성공적인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 한다고 똑같이 성공하는 건 아닌데요. 잘 나가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중에 ‘이거다’ 싶은 게 있어 도입하면 우리 조직에는 어쩐지 잘 안 맞는 일이 부지기수 입니다. 다른 기업의 성공모델을 적용해도, 이전과는 또다른 문제가 생기곤 하죠. 왜 그럴까요?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베스트 프랙티스’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업종이 같든 다르든, 각자 다른 특수한 상황이 있으니까요.
일본 와세다 대학교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는 “연쇄적 모방이 일어나도록 하라”고 조언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잘 해결한 회사를 골라 벤치마킹을 하다 보면, 그 기업과 우리가 처한 상황이 달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생기는데요. 그럴 때마다 전부 다 버리고 제2, 제3의 모델을 새롭게 적용하지 말고, 중간에 새로 생긴 문제는 비슷한 문제를 잘 해결한 다른 성공모델을 가져와 연쇄적으로 모방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 회사 상황에 맞게 모델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결과적으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모델을 만들며 다른 기업들을 앞서 나갈 수 있죠.
일본의 '검은 고양이 택배'로 유명한 야마토 운수. 아마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으시다면 한번쯤은 이 로고의 차량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지금은 일본 택배업계 Top이 되었지만, 야마토 운수는 한때 트럭운송 부문의 실적이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요. 마진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던 중 당시 뜨고 있던 쇠고기 덮밥 체인점인 요시노야의 성공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요시노야는 잡다한 메뉴를 버리고 가장 마진이 높은 쇠고기 덮밥 한 가지에만 집중하여 엄청나게 성장했는데요. 그래서 야마토 운수도 이익률이 높은 개인 택배 서비스에만 집중하기로 했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개인고객들은 거리와 무게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요금 계산이 어려워 택배 이용을 꺼렸던 건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마토 운수는 일본항공(JAL)의 ‘잘팍 ’을 모방했습니다. 일본항공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으로 항공티켓과 숙박을 패키지화해 고객들이 쉽게 여행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했는데요. 이걸 본 야마토 운수는 화물의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500엔만 받는 ‘지역별 균일요금제’와 ‘익일 배송’이란 단순한 서비스로 고객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개인 택배를 주로 취급하다 보니 수요가 들쭉날쭉해 수익이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야마토 운수의 발목을 잡았는데요. 그래서 이번엔 미국 UPS가 집배차량 한 대당 운반하는 화물의 수를 늘린 방식을 모방했습니다. 거리에 흔한 편의점 등 중간지점에 물건을 맡기도록 하여 트럭 한 대가 실어갈 수 있는 화물의 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인 거죠.
결과는 어땠냐고요? 야마토 운수는 사업을 시작한지 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39억엔의 이익 달성했는데요. 지금까지도 일본 택배 업계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야심차게 시도한 벤치마킹이 자꾸 실패해 고민이신가요? 어쩌면 완벽한 하나의 정답이 이미 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야마토 운수’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방을 시도해보세요. 우리 조직에 딱 맞는 정답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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